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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농악보존회 회원들이 인도네시아 수라바야에서 거리공연을 하고 있다. /김포농악보존회 제공
어린아이부터 연세 지긋한 노인까지 한국말로 '사랑해요'라고 반겨주는 게 너무 신기했어요
김포의 전통예술가들이 동남아시아에 스며든 한류에 우리 농악과 춤을 더하고 돌아왔다. 예상치 못한 환영에 감동한 공연단은 수면시간조차 부족한 강행군 속에도 마지막까지 웃음을 잃지 않고 국위를 선양했다.

(사)김포농악보존회는 지난 7월 16일부터 20일까지 인도네시아 수라바야에서 열린 제15회 세계민속축제에 대한민국을 대표해 참가했다. 인도·스리랑카·필리핀·우즈베키스탄·그리스 등 각국 16개팀이 수라바야를 찾은 가운데 김포농악보존회는 농악과 잡색(악기 없이 흥으로 판을 휘어잡는 놀이꾼)문화, 태평무·진도북춤·흥춤 등을 후회 없이 선보였다.

이번 축제를 위해 장미화 김포농악보존회장은 24명의 예술가를 포함한 30여명의 공연단을 꾸려 초여름부터 연습에 매진했고, 기업 후원 등으로 참가비용을 자체 충당해 가며 세계인과의 특별한 만남을 기대하고 비행기에 올랐다.

반응은 상상 이상이었다. '코리아'라는 단어가 나올 때마다 아이돌 공연에서나 들을 법한 환호가 쏟아졌고, 관중 옆을 지날 때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한국어로 응원하며 반겨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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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나라 참가팀에게 한국 전통악기를 가르치는 김포농악보존회 회원들. (하단)수라바야 세계민속축제 정식공연 광경. /김포농악보존회 제공

김포농악보존회의 인기는 축제 내내 계속됐다. 메인행사장뿐 아니라 거리와 쇼핑몰 등 공연하는 장소마다 인파가 운집했다.

김혜정 팀장은 "첫날 페스티벌 때 행진하는데 여기저기서 '사랑해요', '대한민국 파이팅'이라는 말이 끊임없이 들렸다"며 "많은 현지인이 한국드라마와 케이팝을 동경한다고 얘길 해줘 뿌듯했다"고 돌이켰다.

장미화 회장은 "폐회식에서 우리가 태극기를 들고 있으니 다들 선물을 갖고 몰려들었다"며 "우즈베키스탄 공연단이 상모를 배우고 싶다 해 가르쳐주고, 필리핀 공연단은 농악의상을 전시하고 싶다 해서 흔쾌히 선물해줬다"고 소개했다.

장 회장은 그러면서 "우즈베키스탄 단장은 고려인 여성이었는데 자기도 뿌리가 조선이라면서 우리를 끌어안고 울었다. 언어는 통하지 않을지언정 비슷한 감정과 정서를 공유하는 '문화의 힘'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김포농악보존회, 세계민속축제 국가대표 출전
초여름부터 연습한 '진도북춤·흥춤' 등 선보여
공연 그치지 않고 현지 시장 면담 '민간외교관'
장미화 회장 "감정·정서 공유 '문화의 힘' 느껴"

활동은 공연에만 그치지 않았다. 교육, 현지 시장 면담 등 빽빽한 일정을 소화하며 민간외교관 역할을 톡톡히 했다.

진선미 매니저는 "내가 포도대장 의상을 입고 있었는데 외국인들한테 사진을 가장 많이 찍힌 것 같다. 나보다는 김포를 알려야겠다는 생각에 김포농악 깃발을 놓지 않았다"며 "나중에는 사람들이 김포도 연호했다"고 말했다.

개최 도시인 수라바야시는 참가국 중 유일하게 김포농악보존회에만 감사패를 수여했다. 회원들은 미리 준비해간 전통 부채와 비녀, 김포 전통술 문배주 등을 선물로 건넸고, 수라바야시장은 '수라'(상어)와 '바야'(악어)의 전설이 담긴 기념품과 전통의상 선물로 보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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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시 사우동 김포농악보존회 사무실에서 축제 참가 과정을 설명하는 장미화 회장. 김포/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


장미화 회장은 "축제위원장이 '당신들처럼 공연뿐 아니라 문화와 교육 등을 교류하고 제안한 팀은 처음'이라더라"며 "수라바야시장도 교류를 이어가길 강력히 희망했다"고 전했다.

수라바야에서의 꿈같았던 6박8일이 끝난 뒤 김포농악보존회는 필리핀·말레이시아 등으로부터 자신들의 축제에 참가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올해 연말 인도네시아 한인회 축제에도 초청받았다.

장미화 회장은 "김포 전통문화의 세계화에 물꼬가 트인 것 같아 보람이 크고, 기회가 되면 김포시의 자매결연도시와도 교류해보고 싶다"며 환하게 웃었다.

김포/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