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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후 의정부역사 한 출구 앞에 순찰차 등 경찰력이 배치돼 있다. 2023.8.4 /김준석기자 joonsk@kyeongin.com

성남 분당에서 '묻지마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한(8월 4일자 1면 보도=성남 서현역 20대 남성 '묻지마 칼부림'… 14명 부상) 다음 날인 4일 오전 8시. 아직 출근 길에 오른 시민들이 많지 않은 시각임에도 수인분당선 오리역의 모든 출구엔 진압봉과 방패를 든 경찰 기동대원들이 배치돼 혹시 모를 추가 흉기 난동 사건에 대비하고 있었다.

'분당 묻지마 흉기난동' 이후 살인예고글 잇따라
오리역 출구마다 진압봉·방패 든 경찰 기동대원
인근 상인 "두려움에 2시간 일찍 닫아"
의정부역 광장 순찰차·경찰 대형버스 대기상태

경찰, 주말 6일까지 '비상근무' 발령

분당 사건으로 불안감에 휩싸인 시민들과 더불어 경찰까지 긴장감을 늦추지 않게 만든 주범은 전날 인터넷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궜던 이른바 '오리역 살인예고' 게시물이다. 지난 3일 오후 6시40분께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글을 올린 작성자는 "8월 4일 금요일 오후 6시에서 오후 10시 사이 오리역 부근에서 칼부림하겠다"며 범행을 예고했다.

게시물을 읽고 이날 오리역 내 자신이 운영하는 빵집에 출근한 50대 A씨는 "보통 밤 12시에 문 닫는데 어제는 2시간 일찍 마쳤다"며 "장사하다가 죽을 수 없지 않나. 어제 인터넷에 떠돌던 오리역 살인예고 글 보자마자 오늘 출근하기 너무 두려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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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한티역 한 출구 옆에 소방차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차량이 대기하고 있다. 2023.8.4 /김준석기자 joonsk@kyeongin.com

이 같은 '살인예고'는 오리역이 위치한 성남 이외 경기지역에서도 집 밖을 나선 시민들을 불안에 떨게 했다. 이날 오전 1시57분부터 온라인에 퍼져나간 "내일 모레 의정부역 기대해라"란 제목의 글 때문이다.

해당 글의 제목엔 살인이나 흉기란 단어도 언급되지 않았고 내용도 'ㅇㅇ'이란 두 개의 자음이 전부였지만, 경찰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의정부역사에 경찰력을 투입했다.

같은 날 오후 1시50분께 의정부역 2번과 3번 출구로 이어지는 서측 광장엔 순찰차와 경찰 기동대원들이 대기 중이었고 동측 광장엔 경찰력을 태운 대형버스가 유사시에 대비하고 있었다.

혹시 모를 흉기 난동 사태 탓인지 이날 의정부역사의 유동인구도 다소 적은 모습이었다. 역사 내 매장에서 일하는 60대 B씨는 "평소 같았으면 다 팔았어야 할 물건이 아직 산더미다. 내가 의정부역에 일하는 걸 아는 지인들이 '살인예고' 글을 알려줘 알았다"고 전했다.

지하철을 타려는 고령자들은 이날 역사 내 곳곳에 배치된 경찰들에게 "왜 이렇게 경찰들이 와 있냐"며 현재 상황에 대해 묻기도 했다.

경찰은 유동인구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오는 6일까지의 주말 기간 '비상근무'를 발령한 상태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지난 4일 오전 10시부터 오는 6일 자정까지 특별 방범을 목적으로 한 비상근무로 혹시 추가로 발생할 수 있는 흉기 난동 사건 대비에 총력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김준석기자 joons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