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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K플라자 분당점이 지난 4일 오전까지 한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애플리케이션에 올려뒀다가 경인일보가 취재 문의를 한 이후 내린 채용공고 내용 중 일부 캡쳐·편집본. /김산기자 mountain@kyeongin.com

'단기알바-출입통제, 근무편함, 초보가능', '건물보안, 고객안내 및 안전사고 예방'.

지난 3일 14명을 크게 다치게 한 '묻지마 흉기 난동'(8월 4일자 1면 보도=성남 서현역 20대 남성 '묻지마 칼부림'… 14명 부상)이 벌어진 AK플라자 분당점 측에서 사건 다음 날 오전 한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플랫폼에 올린 채용공고의 '제목'과 '담당업무'다.

'단기알바-출입통제' 난동 이전에도 같은 요건
수인분당선 이어져 유동인구 많은 건물임에도
요원 아닌 알바 채용… 안전사고 대비 소홀 지적

4일 AK플라자 분당점에 따르면 이곳 백화점 측은 갑작스러운 테러 사건으로 보안 인력을 늘리려 게재한 이날 공고 말고도 앞서 같은 인력을 충원할 때마다 동일 자격요건을 걸어 보안요원을 뽑아 온 것으로 파악됐다.

지하의 수인분당선 서현역까지 연결돼 수많은 유동인구가 끊이지 않는 백화점 건물에서 테러 발생 시 경찰 출동 이전까지 초동 대응을 맡아야 할 일부 경비·보안요원이 '20세 이상 45세 이하', '초보가능', '학력 고졸'과 같은 요건을 통해서만 채용된 셈이다.

사건 당일을 포함해 평소 분당점에 배치됐던 29명의 보안요원 중 일부만 이렇게 채용된다는 게 백화점 측 설명이지만, 테러 사건은 건물 내 어느 공간에서 일어날지 모르고 언제든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안전사고 대비에 소홀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서현역 칼부림 (4)
3일 오후 성남시 서현역 일대에서 묻지마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경찰이 현장을 통제하고 있다. 2023.8.3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판교 인근 백화점 한 경비요원
"타인에 위력 가할시 법적문제 물 수 있다 교육 받아"
외국처럼 제지 나서긴 어려워 보고 차원 그치는 실정

이번 사건이 터진 분당의 이곳 백화점만 그랬던 것 아니다. 이날 판교역 인근 백화점에서 근무 중이던 한 경비요원은 "신임경비교육을 받고 정직원 채용되긴 했는데 우리에겐 경찰권이 없고 혹시 타인에게 위력을 가했다가 다치면 오히려 법적 문제로 돌아올 수 있다는 내용이 교육에서 강조됐었다"며 "상황 발생 시 보고만 하는 거지 외국 보안 인력들처럼 제지하기는 어렵다고도 교육받은 기억이 있다"고 털어놨다.

경찰청장이 허가한 기관에서만 이수할 수 있는 신임경비교육을 거쳐 단기 아르바이트가 아닌 정식 보안요원으로 현장 배치되더라도 테러로부터 시민들을 지켜 줄 초동 대응엔 역부족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경비협회 관계자는 "백화점엔 위급상황에 적절히 대피시키거나 강력범죄 대응력을 갖춘 인력이 필요하지만 그런 능력까지 갖춘 요원들은 단가가 비싸 경비업체 입장에선 비용 절감을 위해 알바를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AK플라자 분당점 관계자는 "일괄적인 백화점 보안 업무는 경비업체가 맡으며 채용공고도 대행업체가 올린 것"이라며 "알바로 채용해도 별도 심사를 추가로 거치며 모든 보안 요원이 현장 경비를 맡는 건 아니고 직원마다 담당 업무가 다르다"고 해명했다. 다만 실제 건물 보안을 담당하는 직원들의 구체적 선발 기준을 묻는 질의엔 답하지 않았다.

한편 AK플라자 분당점 측은 현재 해당 채용공고를 내린 상태이며, 이외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사이트나 애플리케이션에 검색하면 다른 백화점 등 다중이용시설들이 신임경비교육 이수와 같은 기본적 요건도 없이 경비·보안 인력을 채용하는 사례를 쉽게 찾을 수 있다.

/김산기자 mountai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