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림동과 성남 분당구 등 도심 복판에서 잇따라 발생한 '무차별 흉기난동'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유사 범행을 암시한 글이 인터넷에 쏟아지며 시민들이 불안감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경찰이 엄중 처벌 방침을 세우고 대대적인 수사에 나섰음에도 관련 글이 끊이지 않고 실제 범행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큰 만큼, 살인 예고 글 작성자에 대한 강력한 혐의 적용과 함께 인터넷 포털과 커뮤니티 차원의 책임 부과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신림동 흉기난동 사건' 이후 전날 오전까지 온라인에 40건 이상의 살인 예고 게시글이 올라왔다. 이에 경찰은 엄중 처벌 방침을 세우고 대대적 수사에 나서 이날 오후 7시 기준 30건의 작성자를 검거했다. 사안별로 다르지만 주로 이들에게는 협박, 특수협박 등 혐의가 적용된다.
살인이나 상해를 구체적으로 준비한 정황까지 확인되면 살인예비나 상해예비 혐의도 적용할 수 있지만 이런 경우는 극히 드물다. 통상의 예고 글이 불특정 다수를 향해 있는 등 구체성이 적어 살인예비 혐의까지 적용하는 게 쉽지 않아서다.
인터넷 '유사범행' 암시 쏟아져
작성자 강력한 혐의 적용 필요 지적
"사업자 차원서 관련글 봉쇄해야"
사전조치 강제 공론화 목소리도
전문가들은 살인 예고 글이 유행처럼 번지는 데다, 실제 범행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며 강력한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예고 글에 대해 (협박 혐의처럼) 이제까지 느슨하게 혐의를 적용한 결과 마치 전염병처럼 살인 예고가 이어지고 밖으로 뛰쳐나오는 것"이라며 "예고 글이 번지는 문제는 그렇게 간단치 않다. 나중에 법원에서 무죄가 나올 것을 떠나 살인예비죄와 같은 엄한 혐의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상황이 이렇자 살인예고 글이 올라오는 인터넷 포털과 대형 커뮤니티에 책임을 부과해, 관련 글 작성을 사업자 차원에서 봉쇄해야 한다는 지적도 거세다.
살인 예고 글이 잇따르는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의 경우 커뮤니티 내 '우울증 갤러리'가 자살 조장 논란의 중심에 섰지만, 당시 방송심의위원회는 해당 갤러리를 폐쇄하는 대신 사업자에 대한 자율규제 강화를 요청하는 방향으로 결론을 낸 바 있다.
이에 대해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포털과 인터넷 커뮤니티가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살인예고와 같은) 위험한 글에 대해 사전 조치를 하도록 강제해야 한다"며 "실제 범죄로 이어질 위험이 있는 만큼, 관련 입법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도 "자율에 맡기는 정도로는 사회적 해악이 너무 크다. 접속자를 통해 이익을 보는 구조인 만큼, 이에 대한 책임도 부과할 때가 됐다"고 봤다.
/조수현기자 joeloac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