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피해자의 피해와 동일한 손해를 가해자에게 강제하는 방식은 문명의 여명기 부터 인류가 범죄를 단죄하는 상식이었고, 이를 최초로 성문화한 것이 함무라비 법전이다. 살인한 자는 사형에 처하고, 눈 멀게 한 자는 눈을 빼고, 팔을 부러뜨린 자는 팔을 부러뜨린다. 그래도 팔을 부러뜨린 범죄자를 팔 하나 이상 가중 처벌할 수 없다. 인권감수성은 현대에 가깝다.
동해보복(同害報復)의 원칙은 여전히 법이 실현해야 할 정의(正義)이자 상식이다. 대부분의 국가들은 죄인의 자유를 박탈하는 징역 등 자유형으로 동해보복의 원칙을 실현한다. 동해보복의 최고 수위는 생명형, 즉 가해자의 생명을 박탈하는 사형이다. 사형제는 수 십년 동안 존폐 논란 속에 국가 별로 시행 여부를 달리한다. 우리는 사형제가 있지만 실시하지 않는 사실상 폐지국가로 분류된다.
최근 잇단 반사회·반인륜 사건과, 소위 묻지마 살인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법원의 온정적 처벌로 법의 정의와 상식이 무너졌다는 비판이다. 8세 여아를 성폭행해 영구장애를 입힌 조두순이 12년 징역을 마치고 안산에 자리를 잡자, 피해자 가족은 이삿짐을 싸야 했다. 수 백명의 보금자리와 전재산을 빼앗은 빌라의 신은 1심에서 8년 징역을 받았다.
미국에선 수 백년 징역형을 받는 살인범, 사기범, 아동 성폭력범들이 한국에선 잡범 수준으로 징역형을 받는다. 중국은 한국인 마약사범도 사형을 집행했는데, 한국 마약사범들은 집행유예 천지다. 세계 최고의 사기공화국이 대한민국이다. 명예훼손과 무고가 일상화된 막장 사회도 법원의 너그러운 판결 탓이라는 지적이 많다. 여론은 신림역, 분당 칼부림 범죄자들이 정신병력을 이유로 가볍게 처벌될까 촉각을 세운다.
여당과 정부가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신설한다 나섰다. 사실상 법정 최고형인 무기징역이 가석방 요건으로 무의미해졌다는 여론 때문이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 가해자는 무기징역을 받아도 가석방으로 50대에 출소할 수 있다. 피해 여성은 "살려달라"며 영구 격리를 호소한다. 가석방 없는 종신형은 사형을 대체할 유일한 형벌이다. 유명무실해진 사형제 대신 진작 시행했어야 할 일이다. 가석방 없는 종신형은 범죄 피해와 처벌의 균형을 상징한다. 동해보복의 원칙이 무너지면 법대로 할 수 없는 세상이 된다.
/윤인수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