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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 흉기 난동 사건' 발생 이후 살인을 예고하는 온라인 게시물로 국민 불안감이 커지는 가운데 6일 오후 성남시 서현역 인근에 경찰특공대원과 전술 장갑차가 배치돼 있다. 경찰은 지난 4일 특별치안활동을 선포하며 인파가 몰리는 지하철역, 백화점 등 전국 247개 장소에 경찰관 1만2천여 명을 배치하고 성남 서현역·판교역, 수원역 등 범행장소로 지목되거나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11곳에는 전술 장갑차를 투입했다. 2023.8.6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분당 '묻지마 흉기난동' 사건은 물론 대전 교사 피습 사건 등도 스스로 치료를 중단하거나 약 복용을 끊은 정신질환자가 일으키는 중대범죄로 확인되면서, 이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정부가 잇단 정신질환자 흉악범죄의 대책으로 '사법입원'을 들고 나오면서, 이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다만 정신질환자들을 예비 범죄자로 낙인 찍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는 게 사실이다. 이 때문에 정신질환자들의 치료를 지원하고 관리하는 사회 인프라와 제도적 장치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흉기 난동' 피의자들 병력 불구
약물 복용 등 자의적 중단 상태
헌재 '동의 없는 입원' 위헌판결

■ '분당 묻지마 흉기 난동' 사건 최씨 '조현성 인격장애'

=지난 5일 구속된 흉기 난동 피의자 최모(22)씨는 과거 정신질환 진단을 받아놓고도 최근 3년간 치료를 유지하지 않아 이번 범행에 이르게 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최씨는 지난 2020년 조현성 인격장애라는 정신질환을 진단 받았다. 하지만 이후 약 3년간 치료를 받지 않고 최근까지도 관련 약물조차 복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성남 분당구에서 부모와 함께 살던 최씨는 가족과 떨어져 혼자 지내다가 최근 본가로 다시 돌아온 걸로 전해졌다. 이에 최씨의 정신이상 증세에 따른 피해망상이 이번 범행으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조심스레 나온다. 다만 이번 범행이 온전히 정신질환에 의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최씨가 범행 당시 자신의 얼굴을 가려 신원을 숨기려 했고, 현장을 벗어나며 흉기를 인근 화단에 버린 점 등을 고려하면 일반적 정신질환자의 행동으로 보기에 어려운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 '치료 중단' 정신질환자 중대범죄 전국 곳곳에서


=지난 4일 대전 대덕구의 한 고등학교에 침입해 교사를 흉기로 찌른 혐의를 받는 20대 남성도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조현병과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그는 의사로부터 입원 치료를 권유받았지만, 입원은 물론 치료도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치료가 필요한 정신질환자가 제때 치료를 받지 않아 범죄로 이어진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1월 21일 오전 1시께 광주 북구 양산동 주택에서 A(44)씨는 "잠을 자라"고 권유하는 어머니(64)를 둔기로 여러 차례 때려 숨지게 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어머니가 괴물로 보였다"고 진술하는 등 피해망상 증세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경우 우울증과 알코올중독, 원인 미상의 정신적 문제 등으로 장기간 정신과 치료를 받은 전력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범행 전에는 상당 기간 약을 먹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병원밖 관리 사회적 인프라 부족
중증 경우 사업기관이 결정 검토
■ 치료중단 막아야

=정신질환자들이 자의적으로 치료를 중단하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 마련도 시급하다. 지난 2016년 헌법재판소가 본인 동의 없는 정신병원 강제입원을 위헌으로 판결하고 그 결과로 제정된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정신건강복지법)이 2017년 시행된 후 강제입원 절차는 한층 까다로워졌다.

아울러 정신질환자의 탈(脫)시설이 강조된 반면, 이를 대처할 사회적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했다. 조현병의 경우 치료를 받는 환자와 치료를 받지 않는 환자의 차이가 확연히 다르다는 게 의료계의 설명이다.

이에 환자들이 지속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주치의의 의견을 바탕으로 치료받지 않는 환자의 강제입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의료계에서 나온다.

■ 사법입원 등 제도개선책 나오나


=정부는 이러한 문제의식에 공감하며 정신질환과 관련한 전반적 제도 개선을 모색하는 관계부처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정신질환자 입원제도 전반을 검토하고, 치료 지원 제도를 개선하는 등 정신질환자 치료의 실효성을 높일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특히 법무부는 중증 정신질환자의 입원 여부를 사법기관이 결정하도록 하는 '사법입원제'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타인에게 해를 가할 우려가 큰 일부 중증 정신질환자의 입원 및 격리 제도가 실효성 있게 운영되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이는 정신질환자에 대한 또 다른 차별요소가 될 수 있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김태성·김준석기자 mrkim@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