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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교회의 3대 국제행사는 '세계성체대회', '세계가정대회', '세계청년대회'다.

우리말로 이들 행사 모두 '대회'로 번역되지만 영문 표기는 행사마다 뉘앙스를 달리 한다. 생명을 내어 주는 성찬의 정신을 다짐하는 의례인 세계성체대회(International Eucharistic Congress)는 보통 국제적으로 열리는 회의를 의미하는 'congress'로 표기한다. 세계가정대회(World Meeting of Families)의 영문표기는 만남을 뜻하는 'meeting'이다. 반면 세계청년대회(World Youth Day)에는 'day'가 쓰인다. 요한 바오로 2세 전 교황이 1985년 12월 '세계 젊은이의 날'을 선포한 것을 기념하는 축제이기에 이런 행사명을 갖게 된 듯싶다.

순전히 단어의 의미로만 보자면 '회의'나 '만남' 보다 온종일(day) 함께 어우러지는 행사의 규모가 더 클 것 같다. 실제로 1995년 필리핀에서 세계청년대회가 열렸을 때, 폐막일 미사에 400만명 이상이 운집하면서 교황 참가 모임 최대 인파로 기네스북에 등재되기도 했다. 지금 새만금에서 열리고 있는 잼버리대회의 공식 참석자가 4만5천명이니, 그 규모를 가늠하기도 어렵다.

이처럼 가톨릭 최대규모의 청년행사인 세계청년대회가 오는 2027년 서울에서 열린다. 세계의 가톨릭 청년들이 모여서 문화교류와 신앙체험을 통해 하나가 되는 글로벌 대축제가 한국의 수도에서 펼쳐지는 것이다.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인구의 79%가 가톨릭 신자인 필리핀에 이어 한국이 두 번째다.

세계 청년대회는 한국 문화를 전 세계에 알리는 절호의 기회이다. 유일한 분단국인 한국에서 교황이 세계의 젊은이들과 함께 평화를 기원하는 모습도 기대된다. 경제적인 효과 또한 상당하다. 올해 200여만 명이 참가한 리스본 세계청년대회는 총부가가치가 8천여억원에 1조5천억원의 생산효과를 창출했다.

가톨릭계는 물론 범국가적으로 크게 환영할 일이 아닐 수 없다. 다만 새만금 잼버리로 당한 망신 때문에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행사 일정도 새만금 잼버리처럼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8월로 잡혀있다. 행사 개최까지 4년 남았다. 5년의 준비기간을 무색케 한 새만금 잼버리를 반면교사 삼아, 행사준비에 만전을 기해야겠다.

/임성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