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세사기만 아니었다면 이렇게 허망하게 남편을 홀로 보내진 않았을 텐데…."
7일 오전 9시30분께 인천 부평구 인천가족공원 화장터에서 만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 A(66)씨는 남편 B(67)씨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B씨는 이틀 전인 5일 자택에서 지병으로 숨진 채 발견됐다. 남편이 집에서 쓸쓸히 숨을 거뒀을 때 아내는 생계를 위해 요양병원에서 밤새 와상 환자를 간병하고 있었다.
A씨는 "남편이 고혈압, 당뇨병 등 지병을 앓고 있었는데, 전세사기 피해를 당한 이후 건강이 많이 악화했다"며 울먹였다.
부부는 속칭 '건축왕' 전세사기 사건 피해자다. 17년간 간병 일 등을 하며 모은 8천500만원으로 2년 전 미추홀구 숭의동에 전셋집을 구했다. A씨는 드디어 월세살이에서 벗어났다며 기뻐하던 남편을 잊을 수 없다. 8년 전 담석 제거 수술을 받은 남편을 위해 엘리베이터가 있는 1개 동짜리 아파트를 전셋집으로 고른 것이었다.
60대 男 보증금 떼인후 지병 악화
아내는 생계위해 요양병원 밤근무
"홀로 보내진 않았을텐데…" 통곡
A씨 부부가 입주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았을 때 전셋집 건물 전체가 통째로 경매에 넘어갔다. 실제 집주인은 미추홀구 일대에서 수백억원대 전세사기 행각을 벌인 주범이자 건축주인 남모(61)씨였고, 절대 경매에 넘어갈 일이 없다던 부동산중개업자까지 한통속이라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됐다고 한다.
더군다나 최우선변제금의 기준이 되는 전셋집 근저당이 계약 전인 2014년에 설정된 탓에 전세보증금을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할 상황이라는 것을 안 A씨 부부는 절망할 수밖에 없었다.
이들의 평범했던 일상은 한순간에 무너져버렸다. A씨는 1년에 3~4번만 집에 들를 정도로 거의 쉬는 날 없이 일하며 악착같이 돈을 모아 아픈 남편에게 보냈다. 빠듯하게 벌어서 사는 자식들에게 짐이 될 순 없었기 때문이다. 남편 B씨는 전세금을 한 푼이라도 되돌려 받기 위해 아픈 몸을 이끌고 경찰서, 전세피해지원센터 등을 찾아다녔다.
A씨는 "전세사기 피해를 알게 된 이후에 남편은 자신 때문에 이 집에 오게 됐다고 자책했다"며 "아픈 사람인데 밥 한번 제대로 챙겨주지 못했다. 전세사기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허망하게 남편을 홀로 보내진 않았을 텐데…"라며 통곡했다. 경매에서 전세사기를 당한 전셋집을 우선 매수해 보려고도 했다는 그는 "남편이 없는 그 집에 어떻게 혼자 살겠느냐"며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 관계자는 "B씨는 대책위 기자회견, 시위 활동 등에 참여해 정부와 지자체 등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던 분"이라며 "지금도 전세사기 피해를 본 가정들이 저마다 병들어가고 있다. 사회적 재난인 전세사기는 아직도 진행 중"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백효은기자 100@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