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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철 협성대 미디어영상광고학과 교수
결국 현 정부의 의도대로 KBS 수신료는 전기료와 분리 징수하게 되었다. 반강제징수에서 자율납부방식으로 전환된 셈이다. 납부자 수 감소가 예상된다. KBS는 위기다. 그러나 KBS의 위기는 KBS 종사자의 위기일 뿐이다. 시청자들은 KBS가 없어도 다른 대안이 얼마든지 있다. 연예인을 비롯한 출연자도 마찬가지다. 다채널 환경에서 방송 출연 기회는 확대되었다. 징수방식 변경은 KBS의 위기지만 우리사회에서 공영방송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계기를 제공한다. 지금까지 KBS와 관련된 논의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KBS의 경쟁력이다. KBS만의 차별화된 프로그램이 무엇인가. 수신료의 정당성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다른 방송에서는 찾기 어려운 '볼 만한'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EBS의 일부 프로그램은 우수하다. EBS에 더 많은 재원이 투입되면 더 높은 수준의 프로그램이 가능할 것이다. KBS 2TV는 SBS, JTBC, tvN과 다를 바 없다. 아니 더 떨어진다. 참신하지도 않고, 재미도 없다. 혹자는 2TV는 광고를 하기 때문에 1TV와 다르다고 한다. 이는 어불성설이다. 그렇다면 2TV는 KBS의 브랜드를 내려놓아야 한다. 광고도 하는 KBS에 수신료를 흔쾌히 지불할 시청자는 많지 않다.


'수신료 분리' 자발납부 감소 예상
차별화된 '볼만한 프로그램' 제작


두 번째는 우리나라의 국격(國格)과 관련한 방송의 역할이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내정자는 우리나라에도 BBC월드, NHK월드와 같은 방송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자녀의 학폭 전력, 야당의 언론장악 비판 등의 논란이 있지만 이 내정자의 방송의 국제경쟁력 강화에 대해서는 동의한다. 우리나라에서 유료 방송에 가입하면 거실에서 세계 각국의 유수한 방송을 접할 수 있다. 해외에 나가면 KBS월드와 아리랑TV 또는 YTN월드 등 국내에서 송출하는 해외방송을 시청할 수 있다(제공하지 않는 숙박업소도 많다). BBC, NHK와 비교하면 그 수준은 매우 처진다. 외국인 타깃으로 한국문화를 소개하는 것인지, 외국에 있는 한국인들에게 국내 소식을 전하는 것인지 불분명하다. 뉴스를 예로 들면 국내 뉴스에 영어자막을 더한 수준으로 국내 정쟁(政爭)을 보도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KBS 뉴스의 중립성과 객관성은 지속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시사프로그램의 공정성도 의심받는다. 특히 라디오의 편파성은 심각하다.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라디오를 청취하지 않는 사람이 많아서 모를 뿐이다. 일부 진행자의 편향성 발언은 도를 넘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물론 그들을 지지하는 일부 청취자들은 열광한다. 그렇지만 그 보다 더 많은 시청자는 당혹스럽다. 그래서는 수신료 징수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끝으로 KBS의 방만한 경영, 고임금에 대한 비판이다. 그렇지만 필자의 의견은 다르다. 공영방송은 중요하기 때문에 종사자들의 전문성과 높은 도덕성이 필요하다. 공영방송 종사자의 자질이 그 나라 공영방송의 수준이다. 그들은 공정하고 청렴해야 한다. 우수 인력을 확보하려면 보수도 그에 걸맞아야 한다. 현 종사자들이 자신들의 역할에 충실하고 그에 합당한 임금을 받는지는 본인들이 더 잘 알 것이다.

국제경쟁력·중립·객관성 획득을
종사자들 높은 자질·도덕성 필요
공공기관의 사회적 역할 충실해야


공영방송이 소외된 계층,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것은 당연하다. 시청률이 낮지만 사회적으로 필요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도 공영방송의 의무다. KBS가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다면 연 3만원의 수신료를 아까워할 국민은 많지 않다. 그렇지만 특정 정파의 의견을 공정한 여론인양 왜곡하고, 비판을 위한 비판에 몰두한다면 국민들은 단 한 푼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제 KBS수신료는 적십자회비와 같은 길을 갈 것이다. 납부 의무는 있으나 내지 않아도 벌칙은 없다. 공공기관의 사회적 필요를 공감하고 역할에 충실하다면 재원의 일부를 부담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종사자들을 위해서, 또는 특정 정파의 이득만 대변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종사자의 가족이나 그 정파를 지지하는 사람에게는 가능하겠지만 그와 반대되는 의견을 가진 사람은 용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점을 잘 생각해야 한다. 이제 KBS의 앞날은 KBS 종사자들에게 달려있다.

/이영철 협성대 미디어영상광고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