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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은 여름과 궁합이 잘 맞는 장르다. 시원한 물소리와 나무 그늘이 일품인 계곡, 파도 소리가 들려오는 해변의 파라솔 아래, 또는 냉방시설이 완벽한 도서관. 그 어디에서든 추리소설은 여름나기 방법으로 제격이다.

해리 케멜먼(1908~1996)의 '9마일은 너무 멀다'처럼 숨어있는 명작들도 있지만, 추리소설은 워낙 유명 작가와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작품이 많은 터라 무엇이든 골라 읽으면 될 것이다.

빼어난 작가들이 많고 많지만 요즘 같은 시국에서는 추리소설의 여왕, 아가사 크리스티(1890~1976)의 작품들이 떠오른다. '그리고 아무도 남지 않았다', '오리엔트 특급 살인', '쥐덫' 등을 포함하여 80여 편의 작품을 남겼다. 에르큘 푸아로와 미스 마플은 그가 창조해낸 명탐정이다. 그의 작품 중에서 '예고 살인' 또는 '살인을 예고합니다'란 작품도 있다.

클래그혼의 지역신문 '가제트'에 오후 6시 30분에 블랙록의 저택 리틀 패덕스에서 살인이 벌어진다는 예고 광고가 게재되면서 작품이 시작된다.

레티셔 블랙록이라는 중년 여성은 두 명의 조카와 형편이 어려운 친구에, 난민 출신의 가정부 등을 포함하여 6명과 함께 살고 있다. 10월 29일 금요일 오후 6시 30분 예고된 바 대로 정전이 되면서 리볼버가 발사된다. 다행히 크게 다치거나 죽은 사람이 없이 레티셔 블랙록만이 가벼운 부상을 입었고, 범인으로 추정되는 인물만 자신의 리볼버에 죽어 있었다.

사건 이후 연이어 사람들이 죽어 나가자 미스 마플이 범인 찾기와 추리에 나선다. 이 범죄의 배후에는 거대한 유산 상속이 걸려 있다. 추리소설의 매력은 독자들의 의표를 찌르는 의외성과 반전에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범인이 누구인지 금방 짐작해볼 수도 있겠다.

추리소설 '예고 살인'의 범죄는 독자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한 허구요 창작이지만, '살인 예고' 글 등 현실에서의 범죄와 살인은 절대로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지난달 21일 '신림역 흉기 난동'과 지난 3일 '서현역 묻지마 흉기 난동' 이후, 경찰이 수사하고 있는 '살인 예고' 글이 모두 194건에 이른다고 한다. 이 중에서 10대가 장난삼아 올린 글이 59%라는데 치안 회복과 훈육 차원에서 따끔하게 엄벌해야 한다.

/조성면 객원논설위원·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