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층(입주층)에는 베트남, 태국 등 철근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비숙련) 외국인 노동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어요. 더 큰 문제는 이들의 임금이 하루 일당이 아니라 평당으로 정해져 있어서 빠른 시간에 여러 세대를 작업해야 하루에 가져갈 금액이 많아진다는 거예요. 철근만 붙여 놓고 그냥 넘어가요. 이런 사례는 전국 모든 아파트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장담합니다."
17년차 철근 노동자 한경진씨는 9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토론회에서 이같이 말하고 "건설현장의 부조리가 무고한 희생을 만드는 주범"이라고 경고했다.
이 토론회는 최근 인천 검단 안단테 아파트 부실시공으로 촉발된 건설현장의 문제를 진단하기 위해 정의당 심상정(고양갑) 의원과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마련했다. 한씨는 "옹벽 세우고 천장 위에 올라가 흔들면 빠질 정도로 시공되고 있다"며 "제대로 관리 감독해야 할 감리는 본층에 올라가지도 않는다. 원청의 기사나 대리가 시공이 잘된 부분만 사진을 찍어서 보고하면 승인이 나서 작업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건설노조 전재희 노동안전보건실장도 건설현장의 '저임금 장시간 도급구조' 문제를 지적했다. 실제 알폼(지상층 폼 작업) 노동자들은 아래층에서 고층으로 200㎏ 이상 되는 폼을 오르내리는 중노동이어서 90%가 외국인 노동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국회서 관련 문제 진단 '토론회'
"감리는 본층 올라가지도 않아"
'대부분 외노자' 대책 마련 목청
지난 7~8일 건설노조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지하 구간의 미등록 외국인노동자는 7대 3, 8대 2 비율인데, 지상구간은 9대1이나 10대0으로 한국인이 거의 없고 다수가 외국인 노동자로 구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외국인 노동자들의 장시간 중노동 근무가 산업재해와 부실시공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날 전문가들은 숙련공 양성 정책 등 구조적 해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전 실장은 "국토교통부가 지난 2021년 건설기능인등급제를 시행했지만, 아직 지지부진한 상태"라며 "발주자가 적절한 공기를 설계하고 조정하게 하는 게 의무화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함경식 노동안전연구원장은 "공사기간 단축과 불법 다단계 하도급으로 시공 과정에서 이익을 남기려는 구조가 사고의 근본 원인이라는 점을 명확히 한다.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부실 공사는 막을 수 없고 사고 또한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수진기자 nur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