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근로자 사망사고로 비난을 받았던 SPC 그룹의 계열사에서 최근 근로자가 크게 다치는 사고가 발생해 SPC 그룹의 안전불감증이 또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8일 성남시에 있는 SPC 그룹 계열사 샤니의 제빵공장에서 50대 근로자 A씨가 반죽 기계에 끼이는 사고를 당했다. A씨는 원형 통에 담긴 반죽을 리프트 기계로 올려 다른 반죽 통에 쏟는 작업을 하던 중이었다. A씨는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이송돼 긴급수술을 받았다. 경찰은 2인 1조로 함께 일하던 근로자가 A씨의 상황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고 기계를 작동시키면서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있다.

SPC 그룹 계열사에서의 사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15일에는 SPC 그룹의 다른 계열사인 평택 SPL 제빵공장에서 20대 여성 근로자가 소스 배합기에 끼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는 사측의 안전불감증이 부른 '예고된 인재'로 판명되면서 전 국민적 공분을 샀다. 시민단체들이 각 지역 SPC계열 점포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온·오프라인에서는 한동안 불매운동이 벌어졌다. 이에 허영인 SPC 회장은 대국민 사과와 함께 "1천억원을 투자해 그룹 전반의 안전경영 시스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약속에도 불구, 사고 후 10개월여 만에 근로자가 기계에 끼이는 '후진적' 사고가 또 발생한 것이다. 이번 사고의 경우, '2인1조'근무 규정이 지켜지지 않았던 평택 공장에서의 사고와 달리, 2명이 작업을 하다 일어났다. 그렇다고 해서 회사에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다. 사업장 내에 근로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들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방증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번 사고를 계기로 방재 시스템 및 매뉴얼, 각종 설비가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구조인지, 안전교육은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등 종합적인 관점에서 사고를 분석해야 할 필요성이 더 커졌다. 그렇잖아도 SPC 그룹은 회장의 대국민 사과 이후에도 손가락 절단사고 등 크고 작은 사고가 잇따랐던 사업장이다.

경찰은 사고에 대한 책임을 명확히 규명하고, 정부는 근로자가 더 이상 '인재'로 인해 희생되지 않도록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가장 시급한 것은 SPC 그룹의 각성이다. 안전에 둔감한 기업문화를 개선하지 않는 한 SPC그룹은 지난해 경험했던 불매운동처럼 소비자의 외면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