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월 백중사리에 오리 다리 부러진다.' 백중(百中)은 음력 7월15일, '대조기'(大潮期)의 우리말인 '사리'는 달의 인력이 강해져 밀물과 썰물의 차가 최대가 되는 시기를 말한다. 대조기에는 평소보다 물이 높게 차올라 해안 지역에는 긴장감이 감돈다. 대조기 중에서도 조수간만의 차가 가장 큰 시기가 백중사리다. 백중사리에 접어들면 바닷물의 흐름도 빠르고 거세진다. 오리의 '골절상'을 빗댄 속담이 생겨난 이유다.
가장 최근의 대조기인 8월 2~5일에도 인천의 섬 해안가에서는 어김없이 물이 차오르는 대조기 현상이 발생했다. 그런데 예년과 사뭇 양상이 달랐다고 한다. 어촌계 회원 등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고 있는 주민들은 이를 '기현상'이라고까지 표현한다. 무엇이 주민들을 이처럼 당혹스럽게 했을까. 옹진군 영흥도 해안가에서는 예년에는 물에 잠기지 않던 지역이 침수됐다고 한다. 영흥도 내리에서는 영암어촌계 사무실로 쓰는 컨테이너 주변까지 바닷물이 밀려들어왔다. 바닷물이 사무실 인근까지 차오른 것은 처음이라는 게 주민들의 설명이다. 북도면 장봉도에서도 평소보다 30~40㎝나 높게 바닷물이 차올라 여객선이 접안하는 선착장 경사로가 모두 물에 잠겼다고 한다.
주민들은 이런 현상이 해수면 상승에 따른 것은 아닌지 전전긍긍하고 있다. 대조기에 벌어지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해수면 상승이 원인이라면 기후변화로 인한 재앙의 시그널이기 때문이다. 방송인이자 환경운동가인 타일러 라쉬가 '두번째 지구는 없다'에서 소개한 '키리바시공화국'의 사례가 떠오를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키리바시는 태평양 중부 길버트 제도와 라인 제도, 피닉스 제도의 33개 환초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국토를 구성하는 섬들이 잇따라 바다에 잠기자 이 나라 정부는 지난 2014년 피지의 한 섬을 88억원에 사들였다. 살 곳을 잃은 국민들을 이주시켜야 했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대조기 기현상에 대해 한 전문가는 "저기압이나 바람 등에 의해 일시적으로 물이 많이 차오른 것일 수도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오는 31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가 백중사리 기간이다. 이번 백중사리에 벌어지는 현상을 전문기관을 동원해 예년과 비교·분석한다면 어느 정도 원인을 찾지 않을까 싶다. 전문가의 말이 맞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임성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