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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수업'의 한 장면. /청운대학교 제공

부조리극을 세상에 알린 프랑스 극작가 이오네스크의 대표작 '수업(Lesson)'이 연극을 사랑하는 국내 한 대학 동문의 의기투합으로 연극무대에 오른다.

오는 30일과 31일 이틀 동안 청운대학교 홍성캠퍼스 목련관 솔마루극장에서 열리는 수업은 이 대학 연극예술학과 출신 고희주씨가 연출을 맡았다.

연극 수업은 한 대학 교수가 자신의 수업을 듣는 학생들을 왜곡된 이론과 언어폭력 등을 통해 죽음으로 몰아넣는다는 극단적인 내용으로 1951년 초연될 당시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수업'은 한 교수의 학생들에 대한 '왜곡된 이론과 언어폭력 '다뤄
연출·기획 맡은 고희주씨 "관객들 생각이 바뀌길 바란다"


이오네스크는 수업 외에 '대머리 여가수', '의자들', '난장판' 등 총 33편의 희곡을 쓰며 전통적 연극에 반기를 든 전위극의 대표적 작가로 이름을 남겼다.

연출과 기획을 맡은 고씨는 "연극 '수업'은 지난해 겨울 실제 연극예술학과 수업에서 처음 접했는데 그때 출연한 동기생과 후배들의 눈물을 보고서 이 연극을 한 번 제대로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며 연극을 기획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연극 수업에 매료된 고씨는 곧바로 동문을 모아 연극을 준비하기 시작했고 자신만의 연출기법으로 극의 특징을 잡아내려 노력했다. 출연한 배우들도 고씨의 연출 의도에 따라 대사보다 관객의 시선을 끄는 동작에 치중했다고 한다.

고씨가 연출한 이 작품은 교수란 지배적 지위를 이용해 교묘하고 집요한 방법으로 학생들의 마음에 그릇된 생각을 주입하는 인간의 부조리함을 고발하고 있다. 최근 타인의 마음을 조정하는 행위인 일명 '가스라이팅'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상황에서 이 연극은 이와 관련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고씨는 "너무나도 많은 상황과 장치를 이용해 반전을 표현하려고 노력했으나 그보다 더 중요한 연출적 의도는 관객들의 생각이 변화되길 바라는 것"이라며 "나아가 연극 수업과 같이 옳지 못한 것을 옳지 못하다고 말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이 연극의 진정한 연출 의도"라고 말했다.

/최재훈기자 cj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