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일이 광복 78주년이자 대한민국 정부수립 75주년이다. 해방은 도둑처럼 왔다는 표현은 상투적이지만 진실이다. 세계사 대전환의 끄트머리에 매달려 온 광복, 1945년 8월 15일 한민족은 해방을 긴가민가 의심했다. 광복의 희열과 분단의 비극이 동시에 왔다. 미국과 소련은 해방 직전에 한반도 분할 점령선으로 38선을 그었다. 해방공간의 좌우대립을 극복하고 1948년 대한민국 정부를 수립하고서야 나라의 꼴을 갖추었다.
해방 이후 대한민국 현대사는 기적에 기적이 이어진 역사다. 소련 탱크로 중무장한 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의 6·25 침공으로 지도에서 지워질 뻔 했던 나라가 국명도 생소한 16개국의 군사지원으로 겨우 살아남았다. 산업화 세대와 정권이 한강의 기적을 일구더니, 민주화 세대와 정부가 민주화의 기적을 완결했다. 광복, 단독정부 수립, 6·25 전쟁, 새마을운동, 87민주화를 관통하는 동안 대한민국은 해방둥이들의 대한민국과 완전히 다른 국가가 됐다.
역사의 기적도 총량의 법칙을 따르는가. 대한민국 곳곳에서 위기경보가 요란하다.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에서 민주는 극성인데, 공화는 피폐하다. 모두가 자기 권리를 주장하며 공화의 가치를 훼손한다. 재계와 노조는 서로를 해충 취급한 지 오래다. 광복된 지 1세기에 가까워 가는데 과거의 일제와 현재의 일본이 우리 사회를 가른다. 급기야 학생과 학부모, 교사가 분리돼 학교가 망가졌다. 중앙권력, 지방권력, 공기업권력, 시민단체 권력이 국민 등골 빼먹기 경쟁에 악착같다. 온라인을 타고 퍼지는 가짜뉴스와 선동에 사회는 조각난 파편으로 흩어진다.
산업화와 민주화 시절 허리띠를 졸라매고 어깨를 걸었던 국민연대의 기억이 희미해졌다. 기적의 후예를 자처하는 정치 리더들은 기득권 세력으로 전락해 국가를 정권 아래에 놓고 국민을 권력투쟁의 도구로 소모한다. 국가는 진로를 잃고 국민 대다수가 불행하다 생각한다. 대한민국은 아이를 잉태하지 못하는 국가가 됐다.
압축성장의 기적이 가능했다면 압축쇠퇴의 재앙도 가능하다. 김대중 대통령은 IMF 구제금융 위기로 나라가 절단 날 위기에, 1998년 8·5 경축사에서 제2건국운동을 선언했다. 지금 대한민국의 위기는 근원을 구분할 수 없는 총체적 양상이다. 국가 재건을 선포해야 마땅할 시절에, '8·15'가 더욱 각별하고 무겁다.
/윤인수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