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시 수지구의 한 도서관은 원래 어린이 자료실(열람실)에 비치해 뒀던 '아기는 어떻게 태어날까(2017년 출판)'란 유아용 성교육 책을 지난해 서고 깊숙한 곳으로 옮겼다. 의정부시의 한 도서관도 한 학부모 단체 회원의 민원 이후 같은 책을 도서관 홈페이지 검색에 의한 대출만 가능하도록 열람실에서 빼 뒀다.
일부 학부모 단체의 민원으로 경기도 곳곳 도서관들이 아동·청소년 대상의 '성교육', '성평등' 도서 비치 여부를 고심하고 있다. "노골적 성교육은 부적절, 시기상조"란 의견과 "부모 지도 아래 조기교육 필요"라는 목소리가 맞서면서다.
일부 학부모 단체의 민원으로 경기도 곳곳 도서관들이 아동·청소년 대상의 '성교육', '성평등' 도서 비치 여부를 고심하고 있다. "노골적 성교육은 부적절, 시기상조"란 의견과 "부모 지도 아래 조기교육 필요"라는 목소리가 맞서면서다.
학부모단체, 도교육청에 민원 공문
정부 관련 심의 거친 책들 '난처'
"일부 지적에 결정은 옳지 않아"
정부 관련 심의 거친 책들 '난처'
"일부 지적에 결정은 옳지 않아"
14일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020년 어린이 성인지 감수성 향상을 위한 '나다움 어린이 책' 134종을 선정해 전국 초등학교와 도서관 등에 보급했다.
하지만 이 중 일부는 학교나 도서관 등에 비치하기 부적절하다는 경기도학부모연합과 다음세대를위한학부모연합 등 단체의 민원이 이어졌다. 지난 1월 이중 성교육 관련 표현이나 그림이 과하게 노골적이거나, 한쪽에 편향된 관념을 가지게 할 우려가 있는 책 등 20여 종을 선별해 비치를 금지해야 한다는 공문을 경기도교육청에 보내기도 했다.
실제 해당 20여 도서 중 일부를 확인해 보니 부부 성관계로 인한 출산과정 설명의 수준을 넘어선 표현이나 내용을 담았거나, "여러 명 엄마와 아빠가 대가족을 구성하는 단체 결혼은 안되는 걸까?", "남자든 여자든 좋아하는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는 권리" 등 특정 편향이나 편견에 치우칠 소지가 있는 책들도 있었다.
다만 급변하는 사회상과 범죄예방 등을 고려해 부모 지도가 동반된 교육은 문제가 안 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5세와 8세 자녀를 키우는 40대 A씨는 "이미 다양성이 존재하는데 어리다고 정보를 막는 것도 옳지 않다"며 "혼자 스마트폰으로 어린 나이에 무분별한 정보를 접하느니 부모와 함께 올바른 방향으로 교육받는 게 오히려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도서관들은 관련 도서 비치에 진땀을 빼고 있다. 도내 한 도서관 관계자는 "정부의 관련 심의까지 거친 책이 논란이 돼 난처한 부분은 있다"면서도 "도서관 입장에선 일부 정치나 편향과 무관하게 다양한 도서를 구축해야 하는 의무도 있기에 일부 민원에 따라 도서 비치 여부를 결정하는 것도 옳지는 않다"고 말했다.
/김준석기자 joons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