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부터 대형 카페리선 운항이 중단된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백령도 항로에 2개 선사가 새 카페리선을 투입할 의사를 밝혔다.
최근 옹진군이 진행한 '인천-백령 항로 대형여객선 도입 지원사업' 공모에 두 선사가 제안서를 제출(8월14일자 6면 보도=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백령도 '선박 투입 공모' 2개 업체 참여)했다. 옹진군이 밝힌 대로 2025년 9월 이후 대형 카페리선 운항이 재개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승객 50% 기준 20년간 年20억 지원
선박 건조비 70% 대출… 600억 예상
3천t급 요구해온 주민 설득도 숙제
■ 시내버스 준공영제 같은 지원책
옹진군은 2020년부터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백령도 항로에서 대형 카페리선을 운항할 선사를 찾기 위해 6차례나 공모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올해 4월 공모에선 20년간 180억원을 지원하는 꽤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으나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결국, 옹진군은 이번 공모에서 10%의 이윤이 포함된 운항 결손금을 같은 기간 보전해 주는 조건을 제시했다.
선사들이 유가나 금리 변동 등을 이유로 정해진 금액을 지원받기보다는 운항 과정에서 발생하는 적자를 고정적으로 뒷받침해주는 것을 원했기 때문이다. 사실상 시내버스 준공영제 형태로 대형 카페리선이 운항하는 셈이다.
옹진군은 선사가 선박 건조에 필요한 비용을 대출할 경우 선박 건조비의 70% 금액을 연이율 4.5%까지 지원해 준다는 약속도 했다.
지난 11일 마감한 공모에서 2개 선사가 의향을 밝혔다. 옹진군은 오는 18일 '제안서 평가위원회'를 열어 2개 선사의 선박 확보 계획과 운항계획, 자금 조달 방안 등을 평가할 계획이다. 옹진군은 평가 결과를 토대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기로 했다. 옹진군은 다음 달 우선협상대상자와 계약을 맺으면 선박 건조 기간 등을 고려해 이르면 2025년 9월부터 대형 카페리선을 운항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막대한 재정 부담 해법 필요
옹진군은 새로 투입하는 대형 카페리가 50% 정도의 승객을 받을 경우 연간 약 20억7천만원을 20년 동안 지급해야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재정자립도가 열악한 옹진군이 혼자 지원하기에는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여기에 600억원 이상으로 예상되는 선박 건조 비용의 금융이자까지 더하면 부담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옹진군은 우선 인천시로부터 대형 카페리선 운항에 필요한 예산을 일부 지원받기 위해 '인천시 지방보조금 관리 조례' 개정을 바라고 있다. 현재 조례에는 연안 여객선 운영 비용을 지원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 조례 개정이 이뤄져야만 인천시가 대형 카페리선 운항 예산을 투입할 근거가 생긴다.
옹진군은 '접경지역지원특별법'과 '서해5도지원특별법' 등을 통해 정부에도 예산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문경복 옹진군수는 지난 14일 기자 간담회에서 "버스나 도시철도 등 육상 대중교통에 연간 수천억원이 투입되는 것을 고려하면 연안여객선도 예산을 지원받을 수 있다고 본다"며 "섬 주민들을 위한 인천시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대형 카페리선 운항까지 남은 과제는
옹진군은 우선협상대상자와 계약을 맺은 이후 사업이 늦춰지다가 취소되는 일을 방지하고자 안전조항을 마련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앞서 옹진군은 2021년 12월 에이치해운과 계약을 맺었지만, 선사의 경영 악화로 선박 건조 작업이 늦어지면서 지난해 8월 협약이 취소된 바 있다.
3천t급 카페리선을 요구해 온 주민들을 설득하는 과제도 남아 있다. 백령·대청·소청도 주민들이 구성한 서해3도 이동권리 추진위원회는 이동권을 보장해 달라며 기상 악화에도 결항이 적고 안정적으로 운항할 수 있는 3천t급 카페리선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문경복 군수는 "선박을 건조해야 하는 선사들의 자금 상황과 옹진군이 지원할 운항 결손금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봤을 때, 3천t급 여객선 도입은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기존보다는 크고 빠른 선박이 운항할 수 있도록 선사와 협의할 계획"이라고 했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