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81401000564300028421.jpg
광주시 퇴촌면 나눔의 집 앞에 세워진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흉상 모습. 지난 12일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기념식과 고 이옥선 할머니의 흉상 제막식이 진행됐다. 2023.8.12 /이영선기자 zero@kyeongin.com

"일본 사람들은 자기들은 그런 적 없다고 거짓말 했죠. 사과 하지도 않았죠"

78번째 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 오후 광주 나눔의 집에서 만난 이옥선(96) 할머니는 힘겹지만 또렷하게 말을 이어갔다. "일본 사람들이 거짓말을 하고 사과를 하지 않는데 우리가 누구랑 말을 하냐. 사과할 수 있도록 대통령님이 나서달라"고 이 할머니는 힘줘 말했다.

2017년 국가 기념일로 지정
안양·광명서 기념행사 진행

광주 나눔의 집에는 이 할머니를 비롯해 세 분의 생존 위안부 피해자가 상주하고 있다. 지난해엔 이곳에서 생활하던 또 다른 이옥선(94) 할머니가 고령으로 숨을 거뒀다. 기림의 날을 앞둔 지난 주말 이곳에선 고 이옥선 할머니의 흉상 제막식도 열렸다.

이날 11번째를 맞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을 맞아 시민들은 위안부 피해자를 잊지 않겠다는 마음을 담아 전국 곳곳에서 기념행사를 열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은 고 김학순 할머니가 위안부 피해 사실을 세상에 처음 알린 1991년 8월 14일을 기념해 2017년 12월 국가 기념일로 지정됐다.

안양시 평촌중앙공원에선 시민단체 협업으로 종이 소녀상 접기, 소녀상에게 한마디 쓰기 등 시민들이 위안부 피해자를 기억할 수 있는 다양한 체험 활동이 펼쳐졌다. 저녁 7시부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증언을 담은 노래극과 헌시로 희생자를 기리는 한편 밴드 공연도 열렸다.

광명시에서도 하루 평균 6천~8천명이 오가는 광명 동굴 앞에서 시민 참여 행사가 진행됐다. 동굴 입구까지 소녀상 그리기 대회 수상작이 전시됐고, 학생들이 위안부 피해자에게 보내는 말을 쓴 노란 나비가 소녀상 앞을 장식했다. 오후 5시에 시작된 행사는 헌시와 추념사로 희생자를 기리고 편지를 낭독하며 이어졌다.

광명동굴로 관광 온 오모(49)씨는 "사실 오늘(14일)이 위안부 기림의 날인지 몰랐다. 행사를 잘 알려서 많은 사람이 참여할 수 있게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광주 나눔의 집 최덕진 원장은 "피해자가 지내면서 피해를 기록한 역사관이 있는 곳은 여기가 세계에서 유일하다"며 "미래의 아이들에게 교육 현장이 되도록 홍보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