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초등의 경우는 0~2세 자녀의 첫 교육기관인 어린이집이 교육부에 소속된 학교가 아니라 보건복지부에 소속된 자녀돌봄 서비스기관이라는 점에서 학부모가 교사를 서비스직으로 인식하는 요인이 된다. 어린이집 교사는 '선생님'으로 불리지만 실제로는 '교원' 지위가 확보되어 있지 않다. 자기중심적으로 사고하는 영유아기 발달특성을 고려치 않은 지나치게 높은 교사 대 아동비율(4·5세의 경우, 교사 1인당 유아 20명)은 문제아동지도 및 유아의 생활지도를 어렵게 만든다. 이러한 상황이 교사와의 상담을 통해 교사와 학부모가 공동 대응해 유아의 문제를 해결하는 대신, 학부모가 자녀 개별에 대한 서비스를 교사에게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환경이 된다. 교사 대 아동비율이 어린이집을 상회하고 사립유치원 비중이 높아 학부모 요구에 민감한 유치원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교육보다는 서비스에 초점이 맞춰진 0~5세 자녀의 첫 5년간 어린이집과 유치원 경험은 초등학교에서도 그대로 이어져 일부 학부모의 악성민원으로 확장된다.
어린이집서 자녀 개별서비스 요구
초교 학부모의 악성민원으로 확장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비롯 학교 현장에서의 악성민원은 특히 아동학대로 이어져 교사에 대한 형사고발까지도 이루어진다. 이 경우 가장 큰 쟁점은 즉시신고와 즉시분리다. 대부분의 아동학대는 가정에서 발생하고 이 경우 사안이 위중하므로 학대를 발견한 즉시 신고하고 아동을 학대자와 즉시 분리토록 법은 규정한다. 그러나 학교에서의 아동학대신고는 교사의 생활지도에 대한 학부모 불만이 표출되는 통로로 이용되는 경우가 많다. 교원아동학대신고로 징계를 받는 교원 비율은 매년 5%정도이고, 실제 기소율은 1~2%에 불과하다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지난 5월11일 '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아동복지법' 제17조 제 3호부터 제6호까지의 아동학대금지행위(신체학대, 정서학대, 방임 등)에 교원의 '정당한 교육'의 경우 면책을 두자는 것이 요지라 논란이 지속됐다. 지난 8월12일 6개 교원단체는 공동결의문에 정서적 학대 금지가 명시된 아동복지법 17조 5항의 개정을 사실상 포함했다.
그러나 문제가 되는 즉시신고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0조(아동학대범죄신고의무와절차) 2항에 명시되어 있으므로 '정당한 교육활동'에 대한 법률적 공방이 예상되는 아동학대 면책을 둘 것이 아니라 학교에서 무분별하게 발생하고 있는 즉시신고 절차를 개정해야 한다는 것이 여러 법률 전문가 의견이다.
'교원아동학대 기소율' 1~2% 불과
과밀학급 해결·행정인력지원 시급
학벌주의·경쟁환경 개선도 필수적
그러나 법률개정이 문제 해결의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학교 현장의 물리적 개선도 시급하다. 0~5세 유아교사 교원 지위 확보를 통해 학부모가 첫 기관을 교육기관으로 경험하며 교사를 전문가로 인식할 수 있도록 환경을 구축해야 하고, 과도한 학급당 학생 수를 감축하고, 통합교실의 특수교사 배치를 현실화해야 한다. 교사가 교육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행정인력지원 등도 필수적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육부의 교원감축계획은 무모하고 위험하다. 교육정책에 대한 교육부의 전면 재검토는 필수적이다.
2016년 273명, 2017년 254명, 2018년 300명, 2019년 298명, 2020년 315명, 2021년 338명. 자살한 17세 미만 청소년의 숫자다. 17세 미만 청소년 사망 원인 1위는 세월호 참사가 있던 2014년을 제외하고 지난 10년간 자살이었다는 사실도 간과되어서는 안된다.
학벌주의 사회에서 학업에 대한 압력과 차별이 학교 안팎의 무차별한 죽음의 시작점이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쟁적 환경은 학생과 학생뿐 아니라 학생과 교사, 교사와 학부모의 공동체적 관계도 훼손해 왔다. 당장의 시급한 개선과제 뒤에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학벌주의의 고질적 문제를 간과해서는 이 죽음을 멈출 수 없다.
/김명하 안산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민교협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