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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만으로 위압감을 주는 팀들이 있다. 물론 극히 개인적인 견해다. 기자에게는 축구의 경우, '바이에른 뮌헨'이 그런 팀이다. 흑백TV 시절, '서독프로축구'라는 이름으로 분데스리가 경기를 녹화 중계해주던 공중파 방송이 있었다. 밤 늦게까지 TV를 시청하며 '박스컵'( 박정희대통령컵 쟁탈 국제축구대회)과는 다른 경이로운 세계를 접했던 기억 때문인 듯싶다. 야구에서는 '뉴욕 양키스'의 이미지가 강렬하다. 국내 프로야구가 출범하기 전, 어쩌다 메이저리그 소식을 접할 때 얘기다. 이름에서 풍기는 어감만으로도, 타자들이 무지 '잘 때릴 것' 같았다.

고교야구가 인기를 끌던 학창시절, 비슷한 느낌을 주는 학교가 있었다. 지금도 그 학교 이름을 들으면 무조건 야구부터 떠오른다. 역전의 명수 '군산상고'다.

학창시절 강 건너에 있던 이 학교는 동경과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학교 운동장에 값비싼 설비와 장비를 갖추고 야구를 한다는 것은 당시 딴 세상 이야기였다. 그도 그럴 것이 에이스 조계현이 대통령배 우승을 이끌 때, 기자의 모교에서는 야구는커녕, 공이 언덕 아래로 굴러 떨어지는 것을 걱정하며 축구를 해야 했다.

군산상고가 14일 '제57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 결승전에서 인천고를 꺾고 우승했다. 인천시민의 입장에서는 쓰라린 결과지만, 모처럼 소환된 학창시절의 추억으로 속을 달래본다.

그런데 '포스' 넘치던 그 시절의 학교 이름이 아니다. 선수들의 유니폼에 적힌 글씨는 '군산상고'가 아닌 '군산상일'이다. 올 3월 일반고로 전환하면서 교명을 '군산상일고'로 바꿨다고 한다. 나름 친근해진 이름인데 아쉽다.

사실 지금 전국 각 지역에서 상고나 여상이란 교명은 멸종되다시피 했다. 군산상일고의 한자표기 상 또한 '商'이 아닌 '象'이다. 일반계로 전환한 학교는 어쩔 수 없다 쳐도, 특성화고를 유지하는 상당수 학교가 '인터넷고', '정보고' 등으로 이름을 바꿨다. 반면 반대의 행보를 보이는 학교도 있다. 인천여상의 경우, 모교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해 교명이 바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게 동문회 참석자의 전언이다. 조선시대 신분제인 '사농공상(士農工商)'이 떠오를 정도로 학교 이름에서 '商'이란 글자가 홀대받는 게 우리의 교육 현장이다. 원래 이름을 고수하는 인천여상의 모습이 오히려 신선하게 느껴지는 게 이상한 걸까.

/임성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