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에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테러 예고 메일이 접수돼 경찰특공대가 인천시청 본관에서 수색 작업을 벌였다. 1시간여에 걸쳐 진행한 수색에서 다행히 특이사항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폭발물 관련 상황 접수와 대피 과정에서 인천시 대응이 부실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천시는 폭발물 신고 등에 대비한 매뉴얼조차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16일 인천시와 인천경찰청에 따르면 경찰특공대는 이날 오후 2시15분부터 3시45분까지 폭발물 탐지견 등을 투입해 인천시청 본관 건물에서 수색 작업을 진행했다.
앞서 낮 12시30분에 경찰과 소방 당국이 인천시청에 도착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지만, 폭발물 수색 작업이 본격적으로 이뤄진 건 경찰특공대가 투입되면서다. 하지만 시청 본관에서 근무하던 직원과 민원인 등 900여 명은 인천시가 상황을 인지한 지 2시간이 지나 건물 밖으로 대피했다.
인천시가 경찰로부터 폭발물 관련 상황을 접수한 건 낮 12시22분인데, 직원·민원인 대피가 마무리된 시각은 오후 2시40분이다. 경찰특공대가 수색을 위해 건물 안으로 투입된 이후 건물에 있던 직원과 민원인들이 대피하는 이상한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경찰특공대 폭발물 수색 투입 이후
직원 등 900여명 2시간 지나서 대응
방송 잘 안돼 청원경찰이 외치기도
다행히 1시간여에 걸친 수색 끝에 폭발물과 관련한 특이사항은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폭발물 테러 예고 상황 인지 후 직원·민원인 대피 완료까지 2시간 넘게 걸리는 등 대응 과정이 원활하지 않았다는 것은 문제다.
청사 내 방송 시스템도 문제점을 드러냈다. 인천시가 청사 방송 시스템을 통해 폭발물 테러 예고 상황을 알리고 수상한 물체를 신고해 달라고 공지한 것은 오후 1시다. 1시간 후에 "직원과 민원인은 건물 밖으로 대피하라"는 방송을 내보냈는데, 기계설비 등의 문제로 소리가 작게 들렸다고 한다. 결국 시청 청원경찰들이 각 층으로 올라가 대피하라고 외쳐야 했다.
최근 흉기 난동 사건이 잇따라 발생한 데다 전국 각지에서 살인을 예고하는 글이 인터넷에 올라와 시민들의 불안감이 극대화한 상황에서 인천시의 대테러 대응의 문제점이 노출된 것이다.
다행히 특이사항 발견 안돼 '안도'
관련 매뉴얼조차 없어 '부실' 지적
인천시 대응은 다른 지자체들이 즉각적으로 대처한 것과 비교된다.
이날 인천시와 비슷한 상황을 전파받은 경기 화성시의 경우, 관련 내용 접수 직후 민원인을 대피시키고 수색이 마무리된 이후에도 출입을 통제하면서 경계 태세를 갖췄다.
대테러 상황에 대비한 자체 매뉴얼에 기반해 대응하고 의료·교통 등 업무 관계자를 중심으로 현장 본부도 구성했다는 게 화성시 설명이다.
인천시는 대테러 상황에 대비한 매뉴얼도 없는 실정이다. '인천시청 청사 방호계획'에 포함된 상황별 대응 매뉴얼엔 청사 내 항의 방문, 집단민원 청사 진입 시도, 청사 주변 집회, 인천애뜰(광장) 무단 사용 및 불법 점거 등에 대한 대책만 담겨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오후에 테러 예고 메일 관련 사항을 경찰청으로부터 전달받았다"며 "위험 요소가 있는지 확인했지만, 특이사항은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대테러 관련 매뉴얼 등 부족한 점이 있다면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 관련기사 7면(수원·화성시청에 테러 이메일… 전 직원 대피소동)
/이현준·김주엽·박현주기자 uplh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