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매에서 이미 전셋집이 낙찰된 전세사기 피해 가구는 어쩌란 말인가요."
인천 미추홀구 일대에서 수백억원대 전세보증금을 가로챈 속칭 '건축왕' 사건의 피해자인 이남주(38·가명)씨는 지난 6월 1일 '전세사기 특별법'(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 안정에 관한 특별법)이 시행되기 전인 지난해 12월 전셋집이 경매에서 낙찰됐다.
최우선변제금 대상이 아닌 이씨는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전세보증금 8천500만원을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할 처지다. 그나마 이씨 부부는 새 집주인의 배려로 거처를 마련할 시간을 겨우 벌었으나 전세사기 특별법상 어떠한 지원도 받지 못한 채 막막함을 토로하고 있다.
전세사기 특별법 지원 내용은 우선매수권 행사, LH 공공매입 임대 등이다. 이를 지원받으려면 국토교통부 심의를 통해 '전세사기 피해자 결정'을 받아야 한다.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 결정불구
법 시행 전 경매로 보증금 날릴 판
이달 2일 전세사기 피해자 결정을 받은 이씨는 이미 전셋집이 낙찰된 탓에 우선매수권을 행사할 수 없고, LH 공공매입 임대 또한 받을 수 없다. 금융 지원을 받기 위해 찾은 은행에선 주택 구매를 위한 디딤돌 대출 심사를 거쳐야 하고, 심사를 통과해도 주택의 시세 또는 매매 가격의 60~80%만 저리로 대출할 수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
이씨는 "아기와 함께 셋이 살고 있는데 전세사기 피해를 당한 이후 남편은 직장을 잃고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잇고 있다"며 "전 재산인 전세보증금은 빚으로 남아 수중에 남은 돈도 없고, 기존 대출을 갚아 나가야 하는 상황에서 추가 대출을 받기가 부담스럽다. 은행이 대출해줄지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우선매수권·LH 공공임대도 '제외'
인천시, 유사사례 세입자 파악 못해
인천시는 이씨 부부처럼 전세사기 피해자 결정을 받은 세입자 중 특별법 시행 이전에 전셋집이 낙찰된 가구가 얼마나 되는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 박순남 부위원장은 "전세피해지원센터에선 경매에서 이미 전셋집이 낙찰된 가구는 전세사기 특별법상 지원받을 수 있는 게 없으니 피해자 결정 신청을 할 필요가 없다고 안내할 정도"라며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백효은기자 100@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