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막한 회색 콘크리트 건물 사이를 초록색 둥근 모양의 나무가 가로지른다. 빽빽한 도심 옆으로 멀리 보이는 숲에는 가지각색의 원형 나무들이 빼곡하다. 이 숲에서 옮겨온 듯한 물체들은 삭막한 도시에 산뜻하고 입체적인 초록색 향연을 펼쳐낸다.
안산시 김홍도미술관에서 열리는 지역작가 초대전 '10+10 다시 여는 이야기'에는 이처럼 독특한 시선으로 주변을 바라본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실을 수놓는다.
지역작가 8인 참여, 동시대 모습 추상화
낯선 재료·독특한 표현… 내달 3일까지
안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지역작가 8인, 김세중·영케이·이민경·이언정·이윤정·줄라이·정철규·허재 등이 참여했다. 여덟 작가는 저마다 사유한 동시대의 모습을 추상화하거나, 낯선 재료를 사용해 표현하기도 하면서 메시지를 관객과 공유한다.
이언정 작가는 도시라는 공간을 바탕에 두고 기하학적 모양과 다채로운 초록 계열 색상을 사용해 캔버스에 입체감을 가득 심는다. 겉보기에는 삭막해 보이지만 사람들은 콘크리트 사이를 거닐며 산책을 하고, 네모난 건물 속 자기만의 공간에서는 휴식을 취한다. 작가의 다채로운 표현은 도시를 아늑한 공간으로 변모시킨다.
콜라주 기법을 사용해 커다란 캔버스를 채운 줄라이 작가의 작품도 눈에 띈다. 캔버스에는 엉킨 검은색 실타래와 짜깁기한 흔적이 보이는 천 조각 등이 무질서하게 흩어져 있다. 콜라주는 작가가 재료를 모으고 붙이는 과정에서 촉감이란 새로운 감각이 가미되는 기법이다. 완성된 콜라주 작품에는 작가가 재료를 다듬으면서 재료의 성질에 대해 고민한 무수한 시간이 담겨 있다. 붓을 들고 칠하는 것과는 확연하게 다른 지점이다.
전시실에는 여러 각도로 보면서 감상해야 하는 작품도 있다. 이민경 작가는 한지를 페이스트리처럼 겹겹이 쌓아 캔버스 안에 여러 개의 공간을 창조한다. 이 공간은 하나로 합쳐져 특정한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도자기와 나무 등을 표현한 작품을 사선에서 바라보면, 이는 층층이 뭉친 종잇장들이 만들어낸 형상임을 알 수 있다.
이외에도 실 드로잉이라는 독특한 기법, 현실과 초현실을 오가는 내용이 담긴 작품들이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정철규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손바느질 드로잉'이라 표현하며, 작가가 바라본 세상의 이야기를 바느질로 수놓는다. 인간관계, 특히 사랑하면서 마주하는 복잡한 감정을 실을 통해 은유한다.
김세중 작가는 중세시대 인물의 낡은 동상과 꽃과 같은 생물을 하나의 캔버스에 동시에 구현하면서, '영원성'이란 무엇인지 탐구한다.
김홍도미술관 개관 10주년을 기념해 기획된 이번 전시는 오는 9월 3일까지 김홍도미술관 1관에서 진행되며, 관람료는 무료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