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이사회 개최로 모든 이사진이 경기도교육청으로부터 취임취소 처분을 받는 사태를 겪었던 수원중·고교 재단법인 화성학원(2014년 8월21일자 1면 보도=4년여간 허위 이사회… 수원중·고교 '위기의 105년史')이 2년 전 현재의 지승학원으로 법인 이름과 이사장을 교체하며 수십억 원에 달하는 경영권 양도·양수 계약을 맺었던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공립과 마찬가지로 학교 운영비 대부분을 정부 지원으로 채우면서도 관리·감독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사립학교의 '뒷거래' 문제를 오히려 경기도 내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학교의 재단법인이 이어가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경영권 양도·양수계약서 확인 결과
넘기는 조건으로 4차례 40억 지급


20일 경인일보가 입수한 전 화성학원 이사장 A(52)씨와 수원중·고교(1909년 개교)를 운영하는 현재의 재단법인 지승학원 이사장 B(68)씨 사이의 '학교법인 경영권 양도·양수 계약서(2020년 9월 28일 작성)'를 보면 이들은 지난 2021년 한 해 동안 4차례에 걸쳐 B씨가 A씨에게 합계 40억원이 넘는 금액을 공로사례금 명목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기존 6명의 법인 이사진을 전부 B씨가 지정하는 이사들로 순차 교체(변경등기)하고 이사장직을 B씨에게 넘기는 게 조건이다.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2021년 3월과 9월에 각 2명씩, 11월과 12월에 각 1명씩 총 6명의 화성학원 기존 이사들이 새로 바뀌었으며, 이 중 11월에 바뀐 이사는 현 이사장 B씨다. 이 과정에서 당시 화성학원은 정관 변경을 통해 이사를 1명 늘리기도 했다.

이 같은 사립학교 경영권 양도·양수 행위는 교육계에서 오랜 기간 논란으로 이어져 왔다. 관련 법률(사립학교법) 내 해당 행위 관련 조항 자체가 마련돼 있지 않아 기존 이사나 이사장이 부정 청탁이나 금품을 받는 대가로 새 이사장을 선임하더라도 처벌할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사립학교 매매 행위에 따라 기소된 첫 사례로 알려진 강원 영월군 석정학원의 경우 16억5천만원에 학교를 사고 판 전·현직 이사장의 배임수재 혐의에 대해 1·2심 모두 유죄를 인정해 실형을 선고했으나, 대법원이 파기환송하며 결국 지난 2014년 4월 무죄가 내려졌다.

1심과 항소심은 "금전 거래를 통한 학교법인 운영권 양도·양수는 부정청탁"이라고 판단한 반면 상고심은 "사립학교법에 양도 계약을 제한·금지하는 규정이 없다"며 형사 처벌할 근거가 없다고 결론지은 것이다.

사립학교법내 제한·금지 규정 없어
부정 청탁 소지 있어도 법망 피해가


하지만 업계 한 관계자는 "운영 방식만 다를 뿐 운영비 대부분을 공립학교와 같이 정부에서 받고 학생들을 교육하는 공공재로서 역할은 같은데 사립이란 이유만으로 경영권 매매가 가능하다는 건 문제"라며 "만약 이로 인해 교육분야 경력이 없는 이사장이 취임하면 학교운영에 큰 문제가 나타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지승학원 관계자는 "(경영권 양도·양수 과정에서)공로금 같은 명목으로 일부 금전이 오간 걸로는 알고 있다"고 했으며, A씨와 B씨는 경인일보의 관련 취재 요청에 응하지 않았거나 연락을 받지 않는 상태다.

한편 지난 2014년 C씨가 이사장을 맡고 있던 화성학원은 당시 약 4년 간 이사회 개최서류를 허위로 조작하는 등 파행 운영이 드러나 이사장 포함 총 7명의 이사 전원이 경기도교육청으로부터 취임취소 처분당한 뒤 관선이사 체제로 전환되는 사태를 겪었었다. C씨는 이번에 법인을 B씨에 넘긴 A씨의 친형이며 앞서 이사회 서류가 허위로 조작된 시기의 이사장은 이들의 모친인 D씨였다.

/김준석기자 joons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