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항 내항이 선박들의 '피항지'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국내 유일 정온 수역인 인천항 내항은 태풍이나 강풍 등으로부터 선박을 보호할 수 있어 태풍 주의보 등이 발령되면 군함과 해경 경비함정 등 국가 주요 선박의 피항지로 활용되고 있다.
20일 인천항만공사에 따르면 태풍 카눈이 우리나라에 상륙한 지난 9일 인천항 내항은 평소 있어야 할 화물선 대신 군함과 경비함정 등이 자리를 차지했다. 내항에 있던 129척의 선박 중 군함과 해경함정은 110여 척에 달했다.
태풍이 올 때마다 국가 주요 자산인 군함과 해경함정이 인천항 내항에 정박하는 이유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정온수역으로 태풍의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군함·해경 경비함 등 피항지 활용
카눈 당시 129척 중 110여척 정박
갑문 차단에 강풍·파도 피해 방지
내항은 갑문으로 바다와 차단돼 있어 강풍이 불어도 파도가 거의 발생하지 않아, 태풍 등으로 인한 피해를 방지할 수 있다. 태풍이 발생할 경우 평소에 내항을 활용하던 화물선 등은 내항이 아닌 다른 항만에서 정박하도록 하고, 군함이나 해경함정 등 주요 선박들이 이곳으로 피항한다.
태풍 메아리(2011년), 카눈(2012년), 덴빈(2012년), 산바(2012년), 솔릭(2018년), 링링(2019년), 바비(2020년), 힌남노(2022년) 등이 발생했을 때에도 100척 안팎의 선박들이 내항으로 피했다. 피항 선박 중 군함과 해경함정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세관감시정 등도 포함됐다.
인천항 내항은 물동량이 점차 줄어 항만 기능이 위축되고 있다. 다만 정온수역이라 자동차운반선이 정박해 자동차를 싣고 내리는 데에는 최적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차량 수출 물량은 줄지 않고 있다. 한국지엠은 부평공장에서 생산하는 차량을 내항을 통해 미국 등으로 수출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현대기아차도 일부 내항에서 수출된다.
인천항만공사 관계자는 "태풍이 발생하면 군함과 같은 주요 선박을 내항으로 피항하도록 돼 있고, 이번에도 태풍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며 "인천항 내항은 국내 유일 정온수역으로, 수십년 간 피항지로서 국가 주요 자산을 보호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으며 내항 1·8부두 재개발이 진행된 이후에도 피항지 역할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운기자 jw33@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