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관 특혜 논란 속에 퇴직자 재취업 업체와의 계약을 전면 중단한 LH(한국토지주택공사, 8월16일자 2면 보도="LH, 전관업체와 용역 계약 절차 전면중단")가 한발 더 나아가 이미 체결한 계약까지 모두 해지하기로 했다. 2년 전 'LH 사태' 당시 전관 특혜를 방지하기 위해 여러 방안을 내놨지만, 이번 철근 누락 사태에서도 또 다시 전관 논란이 불거지자 초강수를 던진 것으로 해석된다.
LH는 20일 서울지역본부에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주재로 열린 'LH 용역 전관 카르텔 관련 긴급 회의'에서 이같이 밝혔다. LH가 아파트 단지의 철근 누락 사실을 발표한 지난달 31일 이후 체결한 전관 업체와의 계약 11건이 해지 대상이다. 계약 규모는 648억원이다. LH 퇴직자가 없는 것으로 확인된 업체와의 계약은 유지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아직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지만 지난달 31일 이후 진행된 설계·감리 용역 입찰 절차 등도 중단키로 했다. 모두 23건으로 892억원 규모다. 취소된 해당 공고는 전관 업체 입찰을 배제한 후 재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LH 용역 전관 카르텔 긴급회의
648억원 규모 11건 전면 백지화
전관 특혜 논란을 방지하기 위해 국토부와 LH는 LH 퇴직자 및 최근 5년 내 설계·감리 계약을 맺은 업체를 전수조사해 전관 관련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관리하기로 했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른 취업 심사 대상(2급 이상 퇴직자) 외엔 재취업 관련 사항이 관리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LH 퇴직자의 취업 제한 대상 기업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또 설계·시공·감리업체 등을 선정할 때 LH 출신 직원이 소속돼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관련 명단을 의무 제출토록 한다. 전관이 없는 업체엔 가점을 부여하는 일도 즉시 시행키로 했다. 기획재정부의 특례 승인을 받아 전관업체가 아예 참여할 수 없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계약·입찰 공고 취소 등으로 LH의 각종 사업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LH는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기존 계약 업체와 법적 다툼을 벌일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전관의 고리를 이번 기회에 단절하겠다는 단호한 의지의 표현으로 봐달라"고 설명했다.
계약하지 않은 설계·감리도 중단
퇴직자 취업제한 기업 확대 방침
이한준 LH 사장은 사업 지연 우려에 대해 "계약 취소로 잠정 중단되는 물량은 2천800세대 규모다. 미뤄졌던 사업을 당겨서 전체적으로 공급 물량에 차질이 없도록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고 밝혔다.
11개 업체 중엔 설계 공모를 통해 선정된 곳이 6곳이고, 컨소시엄을 꾸려 사업을 수주한 경우 LH 퇴직자가 없는 업체도 포함돼 있어 법적인 문제가 뒤따를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며 "법적인 문제가 분명히 있을 수 있지만 단호한 의지의 표현으로 봐주면 좋겠다. 컨소시엄을 같이 구성한 업체 중 전관이 없는 업체에 대해선 충분히 협의해 보상까지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혁신 방안의 일환으로 수도권 자산 매각을 추진 중인 LH는 오리사옥에 이어 광명시흥·하남사업본부 사옥도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두 사옥 부지 모두 각 지역의 핵심 상권에 위치해있어 부동산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 관련기사 13면(아파트 건설현장, 빠진건 철근만이 아니다)
/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