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동시에 겪고 있는 상황이며 이를 조금이라도 완화시키기 위해 정부도 탄소중립 녹색성장기본법을 제정했고 3월부터 시행 중이다. 탄소중립 사회를 만드는 것이 문제의 근본 해결책이 되겠지만 2050년을 목표로 하고 있어 그 사이 1.5도 이상의 기온이 상승될 것이고 우리는 기후 변화에 대응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극한 강우'란 용어로 전국 유례없는 재해
물 관리 잘못해 하천 범람·제방 유실 불러
이번 홍수의 근본 원인은 기후 변화이지만, 물관리를 잘못해 피해를 키운 것도 사실이다. 우선 하드웨어적인 문제점을 들어본다면 1천207건의 하천 범람과 제방유실 255건을 먼저 주목해야 한다. 그동안 우리는 하천 환경과 생태 문제에 초점을 맞추며 수량과 치수 문제에 신경을 덜 쓴 것이 사실이다. 자연과 사람이 더불어 살아가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노력은 당연한 것이지만 사람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에 우선할 수는 없다. 하천은 육지에 떨어진 빗물이 바다로 내려가는 통로로 매우 중요한 수자원이자 동시에 홍수의 주요 원인이기도 하다. 가능한 많은 물을 사람들과 생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품고 있어야 하고 동시에 홍수 시에는 범람 없이 바다로 빗물을 배출해 내야 한다. 이런 두 가지 상반되는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결국 댐이나 보의 존재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 필요할 때는 물을 가두고, 홍수 때는 물을 내려보내 범람의 위기를 없애는 것이 필요하다. 다만 이로인해 발생할 수 있는 녹조 문제나, 생물 서식지 훼손 등은 해결해야 할 과제다. 마을을 지나는 도랑, 준용하천, 대하천, 하천 주변의 습지 등 다양한 공간과 환경을 활용해 생물서식지 기능과 수질정화 기능 등을 함께 수행하도록 조정하고, 하천의 통수단면 확보를 위해 쌓인 모래를 준설하고 제방을 높이는 일 또한 필요하다. 하천은 상류로부터 운반되는 모래가 쌓이게 돼 있고, 일정 이상 쌓인 모래는 반드시 준설해 주지 않으면 안 된다. 다만 동시에 모든 하천을 한꺼번에 준설해서는 안 되며 순차적으로 진행해 나간다면 생물들은 서식지를 옮겨가며 생존해 나갈 것이며 통수단면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준설한 모래는 더 나은 환경과 삶을 위해 현명하게 사용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소프트웨어적인 문제점을 살펴본다면 위기 대응 능력의 부족과 예산의 부족 문제, 공무원들의 칸막이 행정 및 재난정보 공유의 실패 등을 들 수 있다.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위기가 발생하고 있고 매뉴얼에 없었던 일들이 수시로 발생하고 있다. 우리는 30년 만에 발생하는 홍수에 대비하던 설계 빈도를 50년으로 늘리는 정도의 노력을 하지만 100년, 500년 빈도의 홍수가 매년 발생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또 전국 어디에서나 홍수가 발생할 수 있다. 경험해보지 못한 재해가 발생하는 상황이므로 경험에 의지해 대안을 세울 것이 아니라 홍수량과 위험지구, 침수정보 등 다양한 정보들을 IoT(사물인터넷)와 연계하여 AI(인공지능)를 활용,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합리적으로 통제해 나가야 한다.
위기대응 능력·예산 부족… 정보공유 실패
정치인, 전문가 목소리 듣고 문제 해결해야
마지막으로 기후 위기와 재난상황을 정치적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 여야를 떠나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를 위해 협력해야 한다. 전문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때이다. 일부 환경단체의 비전문가적 목소리보다는 실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목소리를 내고 참여해야 한다. 그리고 정치인들은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제도를 정비하고 예산을 수립하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
/최경영 사단법인 한국LID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