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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나 마차 등 사람이나 동물을 동력원으로 하는 탈것을 제외하고, 이동수단을 움직이게 하는 힘의 원천은 연료다. 따라서 자동차, 비행기 할 것 없이 연료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하느냐가 이동수단의 기능을 최적화하는 관건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연비를 높이는 방법 중 하나로 차량에 연료를 가득 채우지 말 것을 권한다. 연료를 가득 채우면 그만큼 차량이 무거워져 연료 소비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이 승객의 몸무게를 측정키로 한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다. 대한항공은 다음 달 인천국제공항에서 승객을 대상으로 휴대용 수하물과 함께 몸무게를 측정한다. 항공기의 경우, 운항에 필요한 연료보다 1% 정도 더 많은 연료를 싣고 비행하는데 승객의 무게와 관련한 데이터가 정확할수록 추가로 싣는 연료량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기술적으로 연료의 효율적 사용과 관련해 정점을 찍는 이동수단은 로켓이 아닐까 싶다. 로켓이 추력을 얻기 위해서는 엄청난 양의 연료가 필요하다. 당연히 로켓 몸체 대부분을 연료와 연료탱크가 차지할 수밖에 없다. 로켓의 구조가 1단, 2단, 3단 식으로 나뉘어진 것은 연료를 다 쓴 추진체를 분리해 로켓의 무게를 줄이기 위함이다.

이러한 로켓의 원리를 제트스키에 적용해 중국과 한국 사이 서해바다를 횡단한 중국인이 있다. 인천해양경찰서가 최근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한 30대 남성 A씨다. A씨는 지난 16일 중국 산둥지역에서 구명조끼와 망원경, 나침반, 헬멧 등을 챙긴 뒤 1천800㏄ 제트스키를 타고 인천을 향해 출발했다. 기름 70ℓ가 가득 채워진 그의 제트스키에는 마치 보조로켓처럼 25ℓ 기름통 5개가 장착돼 있었다. 그는 연료가 떨어지면 기름통의 연료로 보충하고 빈 통은 바다에 버리는 식으로 제트스키를 몰며 인천에 왔다.

이처럼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14시간 동안 300㎞가 넘는 바다를 건넜지만 뜻을 이루지는 못했다. 제트스키가 인천항 크루즈터미널 인근 갯벌에 좌초한 것이다. A씨는 갯벌에 갇혀 움직이기 어려워지자 스스로 한국 소방 당국에 구조를 요청했다. 제트스키로 밀입국을 시도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그보다 위성 장비도 없이 나침반 하나에 의지해 서해를 횡단했다는 사실에 베테랑 선박 조종사들조차 혀를 내둘렀다. '도전정신'(?)만큼은 경이로울 뿐이다.

/임성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