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 난동'과 같은 사건이 전국에 잇따르는 가운데, 대전의 한 고등학교에서 이달 초 교사가 흉기 피습을 당한 데 이어, 성남 분당의 한 중학교에서도 관련 소동이 발생하자 학교 내 구성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21일 경기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지난 18일 오후 2시30분께 성남시 분당구의 한 중학교에서 이 학교 재학생 A군이 교무실에서 흉기를 들고 소동을 벌이는 사건이 발생했다.
흉기를 휘두르지 않아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출동한 경찰이 A군을 제지하지 않았다면 큰 사고로 번질 뻔했다. 동급생과 싸움을 벌인 뒤 자신만 교무실로 분리 조치한 데 대해 불만을 품고 흉기를 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경찰은 A군 등의 소환 조사를 통해 자세한 경위를 파악할 방침이다.
이달 초 대전 고교 교사 피습 이어
분당의 중학교 교무실 재학생 소동
앞서 지난 4일 대전 대덕구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재직 중인 교사가 교내로 침입한 남성 B씨가 휘두른 흉기에 크게 다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B씨는 당초 '학창 시절 안 좋은 기억 때문에 범행했다'고 주장했지만, 조사 결과 원한 관계를 입증할 만한 근거를 찾지 못했고, 평소 망상 증세를 보였다는 B씨 어머니 진술을 근거로 그가 망상에 의해 범행을 한 것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경찰은 B씨를 살인미수·건조물침입 혐의로 지난 11일 검찰에 넘겼다.
상황이 이렇자 서울 신림역과 성남 서현역 인근 등 도심 속에서 벌어진 '칼부림' 사건의 공포가 비교적 '안전 지대'로 평가받던 학교 현장에도 드리워지는 모습이다. 흉기를 집는 등 학생들의 우발적인 행동을 막는 데 이렇다 할 대안이 없다는 데 교사들은 무력감마저 표하고 있다.
화성시의 한 중학교에서 근무하는 윤모 교사는 "겉으로만 안전해 보이는 학교에서 (흉기 난동 등) 어떤 일도 벌어질 수 있다는 게 극단적인 모습을 통해 드러난 상황"이라며 "학생과 상담하다가 욕을 먹거나, 위협을 당한 교사가 많은데 이들은 특히 더 이번 사건을 통해 두려움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성남시 소재 한 고등학교에서 일하는 이모 교사는 "이런 사건이 벌어지는 데 교육당국 차원의 대응 매뉴얼이나 시스템이 없고, 결국 모든 위험을 교사가 짊어진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동급생과 싸운 뒤 분리조치에 불만
우발행동 대응할 매뉴얼 없어 불안
학교 내에서 벌어지는 이 같은 일들을 계기 삼아 교육의 역할과 같은 보다 근원적인 고민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남기 광주교육대학교 교수는 "위협 행동에 대해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책임을 지우는 식의 방식은 단기적 효과 정도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희망이 부재하고, 현재가 고통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한 점이 분노로 표출되고 강력 사건으로까지 이어지는 이유와 무관치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교육의 역할을 되짚어 사회 전반에 책임이 있다는 점과 '희망 부재'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 사회가 제시해야 할 때"라고 짚었다.
/조수현기자 joeloac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