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전관 특혜 근절에 나선 가운데(8월 21일자 2면 보도=LH '초강수'… 전관업체와 이미 체결한 계약도 모두 해지한다) 일부 전관 업체들은 볼멘소리를 높이는 한편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LH는 전관 업체와의 계약을 전면 백지화하는 한편 비전관업체에 가점을 부여하는 등 초강수를 뒀는데, 일부 업체들때문에 단지 LH 퇴직자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업체 전반에 불똥이 튀었다는 게 이들 업체들의 하소연이다.

22일 LH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철근 누락 아파트 단지 명단 공개 이후 전관 업체와 체결한 계약 11건이 모두 해지됐다. 계약 규모는 모두 648억원으로 설계 공모는 10건(약 561억원), 감리용역은 1건(약 87억원)이다. 또 LH는 현재 추진하던 설계·감리용역 23건 계약(829억원 규모)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내규 개정 뒤 전관 업체 입찰을 배제한 채 재추진할 계획이다.

전관 업체와의 계약 11건 모두 해지
"수주하려면 전관 내보내야 하나" 불만
전문가들 "구조적 원인 해결해야" 한목소리


LH는 전관 특혜 근절을 위해 LH 퇴직자가 없는 비전관업체에 가점을 부여하고 전관 명단 제출을 의무화할 계획이다. 기획재정부 특례 승인을 거쳐 전관 업체의 설계·감리용역 참여를 전면 배제하는 방안도 도입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일부 전관 업체들은 불만을 토로한다. 용역 수주 과정에서 벌어진 일부 전관 업체의 특혜 의혹으로, LH 퇴직자가 재직 중인 모든 전관 업체들까지 피해를 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전관 특혜가 있으면 현재 진행 중인 수사를 통해 명명백백히 밝히면 된다고 보는 게 이들 업체 입장이다.

경기도내 철근 누락 아파트 단지 중 한 곳을 감리한 A건축사사무소 관계자는 "현장 감리 담당자 중에 LH 퇴직자들이 있긴 한데, 발주 과정에서 로비를 한다든지 어떤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분들이 아니다"라며 "전관들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업체와 그럴 수 없는 업체를 분류해 접근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나중에 수주를 위해 LH 출신 직원을 죄다 내보내야 할 판"이라고 토로했다.

설계 관련 B건축사사무소 관계자는 "LH 출신 직원들이 퇴직 후 업계에 많이 진출해 있다.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전문성이 있기 때문"이라며 "특혜가 있으면 수사로 밝혀내면 될 텐데 이번 대안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이 실효성이 떨어지며 오히려 부작용이 클 것이라고 지적한다. 전관 특혜 문제가 불거진 구조적 원인을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업계 얘기를 들어보니 비전관업체에 혜택을 주니깐 업체들이 자회사를 만들어 전관들을 그쪽으로 보내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이러면 서류상엔 비전관업체로 나온다. (LH 방안이) 사실상 효과가 없는 대책"이라며 "전관 업체들이 수주를 많이 해왔는데, 역으로 보면 비전관업체들은 그동안 수주를 못해 경험이 부족한 상황이다. 그만큼 설계나 감리 면에서 능력이 부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전관 특혜 문제는 LH가 발주 등에서 독점적인 권한을 갖기 때문에 생긴다"며 "근본적인 해결책은 과도하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동한기자 do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