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가 경기 진작과 취약계층 지원에 중점을 둔 1천432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편성했다.
부동산 거래 절벽에 따른 취득세 감소 등의 여파로 약 1조9천억원의 세수 감소가 전망되는 상황에서 '감액 추경' 대신, 과감한 구조조정을 토대로 한 '확장 추경'을 택했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오히려 재정을 풀어 민생을 챙기고 경제 활성화를 꾀하겠다는 의미다.
더욱이 지방재정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국고보조금 변동, 세수 증감에 따른 소극적 조정에 그쳤던 과거 재정정책 방향과 달리, 현재 경제상황을 고려해 성장과 안정에 초점을 둔 거시적 의미의 재정정책을 펼치겠다고 강조했다.
■감액추경 대신, 1천432억 규모 '확장 추경'
김동연 지사는 25일 도청 브리핑룸에서 '2023년 제1회 추경'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이러한 내용을 담은 제1회 추경안을 발표했다. 제1회 추경 규모는 본예산 33조8천104억원보다 1천432억원 늘어난 33조9천536억원이다.
잇따른 부동산 거래 감소, 경기침체 등으로 경기도 재정 역시 1조9천299억원 감소가 예상되지만, 도지사 업무추진비 20% 삭감 등 강력한 지출구조조정을 통한 1천609억원, 지난해 잉여금과 도비 반환금 9천억원, 통합재정안정화기금 5천억원 등을 활용해 이번 추경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세부 추경안을 보면, 경기 진작에 2천864억원, 취약계층 지원에 1천606억원이 각각 편성됐다.
경기 진작에는 도내 장기 미완료 도로 및 건축 등 SOC 확충 1천121억원, 지역화폐 발행지원 834억원, 스타트업 펀드 조성 125억원 등이 포함됐다. 취약계층 지원의 경우 고금리 지속에 따른 소상공인 금융비용 부담을 완화할 소상공인 연착률 특례보증 957억원, 국가유공자 등에 대한 의료급여 지원 284억원, 전세 사기 피해자 지원 1억2천만원, 난임부부 시술비 지원 54억원, 후쿠시마 대응 방안 14억3천만원 등이 담겼다.
김동연 지사는 "경기가 어렵다고 성장의 불씨를 꺼버려서는 안 된다. 기초체력과 회복 탄력성을 높여야 한다. 연내 집행 가능한 모든 도로 사업비를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침체된 건설 경기 활성화로 일자리 창출, 도로 개통 시기를 앞당길 것"이라며 "경제가 어려워지면 가장 먼저 고통받는 취약계층을 지원하고 소상공인 등의 금융부담을 완화하겠다"고 말했다.

■세수 감소 속 '확장 추경' 배경은.
경기도 곳간은 부동산 경기 침체로 주요 재원인 취득세가 줄면서 바닥을 보였다. 이미 2조원에 가까운 세수 감소가 전망돼 감액 추경에 무게가 쏠렸다. 상반기 추경도 전국 지자체 중 유일하게 경기도만 편성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김동연 지사는 '확장 추경'을 결정했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재정을 확대해야 한다는 그간 강조해온 철학을 보여준 것으로 보인다.
김동연 지사는 "대한민국 경제가 어렵고 민생은 더 어렵다. 한국은행은 금년 경제성장률을 1.4%로 전망했는데 유례없는 일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나 코로나19와 같은 비상 상황을 제외하면 1%대 성장률은 이제까지 없던 일"이라며 "국민의 삶은 더 팍팍해지고 중산층은 취약계층으로 추락할 위기에 처했다. 대한민국 경제 중심인 경기도는 더 큰 타격을 받았다"고 현재 경제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경기 침체기에는 재정을 확대하고 경기가 부양하는 상승기에는 재정을 축소해 균형을 잡는 것이 기본이다. 경제가 어려운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정부가 이런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는 점"이라며 "이에 따라 재정정책을 포함한 경제정책도 올바른 방향으로 가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직접 화이트보드를 이용해 왜 확장 재정이 필요한지를 설명한 데 이어,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으로 일했던 시절에 대응했던 글로벌 금융위기를 사례로 들었다.
김동연 지사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경제가 몹시 침체되고 세수도 대폭 감소했다. 정부는 두 차례의 추경 예산과 수정 예산으로 재정지출을 확대했다"며 "이듬해인 2010년 경제성장률은 6%p까지 올랐다. 결과적으로 글로벌 금융위기를 빠르게 극복했다. 저는 당시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으로 이 정책을 주도했다"고 했다.
여기에 더해,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중점에 둔 경기도의 재정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그는 "재정 정책의 판을 바꾸겠다"고 역설했는데, 기존 지방정부가 예산안을 마련할 때 지방재정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국고보조금 변동이나 세수 증감에 따른 소극적 조정에서 벗어나 현재 경제상황을 중점에 둔 재정정책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김동연 지사는 "지방정부 차원에서 거시적 의미의 재정정책은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재정의 효율적 배분 기능이나 소득 재분배 기능 외 성장과 안정을 중점에 두고 선제적으로 의도해 계획한 재정정책은 없었던 것"이라며 "지방재정 규모 자체가 크지 않고 상당 부분이 교부금 등에 의존하기에 지방재정이 중앙에 종속되는 부분을 부인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만일 그와 같은 방법대로 했다면, 이번에도 감액 추경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추경안은 경기도 경제성장과 안정이라는 부분에 거시적 의미를 도입해 보자는 취지로 마련했다"고 부연했다.
/신현정기자 go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