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애뜰
인천지역 지자체들이 만든 광장 사용 조례·규칙이 집회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집회와 사회적 갈등이 예상되는 행사는 할 수 없다고 명시된 '인천애뜰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로 인천시가 운영중인 인천애뜰 모습. 2023.8.27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인천퀴어문화축제 부평역 광장 개최를 인천 부평구청이 불허한 것(8월24일자 6면 보도='퀴어는 안되고' 기독교는 되고?… 부평구, 축제불허 차별행정 논란)을 계기로 광장에서의 집회나 행사를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느냐에 대해 여러 목소리가 나온다. 광장을 둔 지자체들은 다수 시민이 이용하는 공공장소의 질서를 유지하고 시설물을 관리하려면 최소한의 조례나 규칙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시민사회단체나 법조계에서는 지자체가 조례·규칙으로 헌법에 보장된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잇단 지자체 광장 제한 위헌 논란
인천애뜰 이용 신청, 조례근거 불허

"입맛 맞는 행사만… 기본권 위배"
전문가, 상위법 우선의 원칙 지적


인천애뜰
인천지역 지자체들이 만든 광장 사용 조례·규칙이 집회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집회와 사회적 갈등이 예상되는 행사는 할 수 없다고 명시된 '인천애뜰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로 인천시가 운영중인 인천애뜰 모습.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인천시는 2019년 12월 '인천애뜰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를 만들어 시청 앞 광장인 인천애뜰을 사용하려면 허가를 받도록 했다.

동구도 '동인천역 북광장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북광장에서 집회나 행사 등을 개최하려는 단체 등은 반드시 사전 승인을 받도록 했다.

부평역 광장도 '부평구 역전광장 사용 및 관리에 관한 규칙'에 따라 부평구 허가를 받아야만 쓸 수 있다.

시민단체들은 이런 조례나 규칙이 '집회 허가제를 금지'하는 헌법을 위반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인천시 조례에는 인천애뜰에선 집회 자체를 금지하고, 공공질서와 선량한 풍속 등을 해할 우려가 있거나 사회적 갈등이 예상되는 행사는 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동구 조례나 부평구 규칙에도 비슷한 내용이 담겨 있다. 시민단체들은 이를 집회나 행사에 대한 사전 검열이라고 비판한다.

인천차별금지법제정연대 준비위원회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인천애뜰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가 제정된 직후 인천애뜰에서 집회를 열겠다고 사용 신청서를 냈으나, 인천시는 이 조례를 근거로 불허했다. 지난해에는 인천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가 애초 계획대로 남동구 중앙공원 월드컵프라자에서 행사를 치르지 못했다.

인천대공원사업소가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인천퀴어문화축제를 막았기 때문이다.

인천퀴어문화축제 조직위 관계자는 "광장은 많은 시민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라며 "지자체가 입맛에 맞는 행사나 집회만 개최하기 위해 광장의 사용을 제한하는 규정을 만든 것은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을 위배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인천시 관계자는 "인천애뜰 잔디광장 등은 인천시 재산에 속하기 때문에 관리나 청사 방호, 보안 등을 유지하려면 집회를 제한할 수밖에 없다"며 "행사를 사전에 검열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광장을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한 최소한의 규정이며, 실제로 행사를 제한한 적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법률 전문가들 사이에선 헌법의 가치를 넘어선 조례나 규칙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김민배 명예교수는 "헌법에 보장된 집회의 자유를 지자체가 임의대로 규칙을 만들어 제한해선 안 된다고 본다"며 "관리라는 이유로 지자체가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은 편의주의적 행정"이라고 지적했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