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82701001045100054401

설탕은 소금 못지 않게 음식물 보관에 유용하다. 박테리아와 곰팡이 등 음식을 부패시키는 미생물은 고농도의 설탕 용액에서 번식하기 힘들다. 설탕물, 즉 시럽이 미생물 세포의 수분을 빼앗아 죽이기 때문이다.

설탕의 이런 효능은 동서양에서 두루 활용됐다. 과일을 설탕에 재서 발효시킨 청(淸)은 우리의 전통 식재료로 지금은 매실, 유자뿐 아니라 오렌지, 레몬, 딸기 등 거의 모든 과일을 청으로 숙성시켜 각종 식음료 재료로 활용한다. 인삼 등 식물을 설탕에 졸여 만든 정과(正果)는 명절 선물용으로 인기다. 서양에서도 과일을 설탕에 졸여 잼으로 만들어 먹거나, 설탕시럽에 과일을 보관했다 요리에 활용하기도 한다.

탕후루(糖葫蘆)는 달디 단 설탕과 새콤달콤한 과일을 가장 직관적으로 조합한 중국 전통 당과다. 원래는 시큼한 산사나무 열매를 꼬치에 일렬로 꽂은 후 설탕 시럽을 발라 굳혀 만들었다. 거란족의 간식이 중국 전역에 퍼졌다는데, 굳어 반짝반짝 빛나는 시럽이 생명이라 겨울 간식으로 자리잡았던 모양이다. 지금은 딸기, 체리, 포도 등 한 입거리 단 과일을 가리지 않고 재료로 활용한다. 시럽이 부서지는 식감과 극강의 단맛 덕분에 국내에서도 길거리 간식으로 대유행 중이다.

최근 인파가 붐비는 거리들이 탕후루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 한다. 먹다 버린 탕후루 쓰레기가 곳곳에서 사람들을 괴롭혀서다. 탕후루 꼬치가 미화원의 손을 찌르고, 먹다 남기거나 버린 탕후루의 끈적끈적한 시럽이 길거리와 다른 가게의 미관을 해치고 불편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특히 청결한 이미지가 생명인 카페들은 탕후루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반입을 저지하고, 탕후루 점포 주인들은 공공의 적이 될까봐 전전긍긍이란다.

음식은 문화다. 아무리 맛있어도 문화권에 따라 금기로 여기고 기피하는 음식이 있으니 이를 존중하는 건 국제적인 상식이다. 하지만 맛과 취향을 초월해 먹은 자리를 깨끗이 하는 일이야말로 만국 공통의 음식문화이다.

'맛'과 '맛집'은 대중문화의 키워드다. 각종 영상매체가 쏟아내는 맛집을 찾아 국내는 물론 해외를 순례하는 세상에서 맛은 양극화의 상징이기도 하다. 식객들이 맛에 탐닉하는 동안 한끼에 목숨을 거는 인류가 태반이다. 먹다 버린 탕후루는 가난한 이웃과 인류에 대한 끈적끈적한 모욕이다. 깨끗하게 먹고 깨끗하게 치울 일이다.

/윤인수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