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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특정 브랜드나 연예인 등이 출시하는 기획 상품을 뜻하는 '굿즈'가 국내에서 큰 관심을 끈 사례로 '스타벅스 굿즈 대란'을 꼽을 수 있다.

2020년 5월 스타벅스가 여름마다 진행하는 e-프리퀀시 이벤트 기간이었다. 음료 17잔을 구매하면 스타벅스 로고가 찍힌 굿즈를 사은품으로 주는 행사가 진행 중이었다. 이때 서울 여의도의 스타벅스 매장에 한 고객이 혜성(?)처럼 등장했다. 그는 커피 300잔을 한꺼번에 주문하고는 굿즈(서머 레디백)만 챙기고 사라졌다. 커피 300잔은 하수구로 흘러들어갔다. 최소 120만원어치였다. 이후 '비정상적인 팬덤현상'이라는 진단에서부터 '고객의 충성도를 높인 성공적인 마케팅'이라는 평가에 이르기까지 전문가들의 사회·경제학적 분석이 쏟아졌다.

굿즈에 특정 캐릭터가 등장한 것은 아르헨티나 출신의 쿠바 혁명 지도자 '체 게바라'가 원조일 듯싶다. 의사, 쿠바 국립은행 총재, 혁명전사 등 이색 이력의 소유자인 그를 두고 철학자 사르트르는 '지성과 저항정신을 두루 갖춘 완전한 사람'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그보다 더 강렬한 것은 사진 속 그의 이미지다. 검은 베레모에 긴 머리칼과 덥수룩한 턱수염, 그리고 굳게 입술을 다문 그의 모습은 '혁명의 아이콘' 그 자체였다.

이 남미 사내는 1990년대 말쯤부터 우리나라 젊은이들을 사로잡았다. 대학가를 중심으로 체 게바라 평전 읽기 열풍이 거세졌는데 대학가 술집 벽면에서도 베레모를 쓴 그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이어 체 게바라의 얼굴이 인쇄된 티셔츠, 커피잔 등 굿즈가 쏟아져 나왔다. 지금도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그의 모습을 담은 티셔츠나 에코백을 구할 수 있다.

또 하나의 굿즈가 지구촌 이슈로 떠올랐다. 이른바 '트럼프 굿즈'다. 전·현직 미국 대통령 최초로 머그샷(범죄인 식별 사진)을 찍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머그샷을 넣은 티셔츠와 모자, 머그잔 등을 굿즈로 내놓아 판매한 것이다. 그 결과, 이틀만에 710만달러(약 94억2천200만원) 어치가 팔렸는데 2024 대선 출마를 선언한 후 24시간 안에 모은 금액으로는 가장 많은 것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굿즈는 사회현상이나 경제현상, 또는 문화현상 등으로 간주됐다. 이제 굿즈가 정치 영역에까지 뛰어들었다. 굿즈의 진화가 경이롭다.

/임성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