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 유출·확보를 둘러싼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신경전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선점하고 있는 바이오 의약품 CDMO(위탁개발생산) 시장에 후발 주자로 뛰어든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연내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메가플랜트를 착공한다는 계획으로, 앞으로 인력·기술 등의 분야에서 이들 업체 간 분쟁이 격화할 전망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롯데바이오로직스로 이직하면서 영업비밀을 유출한 혐의(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로 기소된 A(39)씨에 대한 첫 재판이 28일 인천지법 형사15단독 남효정 판사 심리로 열렸다.
이날 심리에서 A씨의 변호인은 "피고인이 파일을 가지고 나온 행위 자체는 인정한다"면서도 "(이들 파일은)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자료로 영업비밀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A씨의 변호인은 피고인이 롯데바이오로직스에서 사용할 목적으로 파일을 가지고 나오지 않았으며, 롯데바이오로직스에 재직하면서 파일을 열람하거나 사용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국내 바이오 업계는 롯데가 바이오 CDMO 시장에 신규 진출하면서 겪고 있는 삼성과의 이 같은 분쟁은 예견된 결과라고 입을 모은다.
이원직 대표 롯데 영입 갈등 심화
"송도 건립 등 인력난 가중될 듯"
롯데바이오로직스의 경우 국내외 CDMO 분야 선두 주자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사업 모델을 사실상 '이식'하는 수준으로 송도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어, 인력과 기술 등 여러 분야에서 삼성과의 갈등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롯데는 지난 2021년 롯데바이오로직스 법인 설립을 앞두고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10년간 근무했던 현 이원직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표를 롯데지주 상무로 전격 영입하면서 사업을 본격화했다. 이원직 대표를 신호탄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 직원들의 롯데 이직이 이어지자 삼성은 롯데를 상대로 영업비밀침해 금지 가처분 신청 등을 내며 대응하고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송도 메가플랜트는 12만ℓ 항체 의약품 생산 규모 플랜트 3개로 구성된다. 이 같은 롯데의 생산 규모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송도에 처음 진출해 건립한 1~3공장의 생산 용량과 비슷한 수준이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삼성과 롯데가 앞다퉈 공장 신증설에 나서면서 관련 분야 인력난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롯데가 송도 공장 건립을 본격화하면 이 같은 분쟁은 심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명호기자 boq79@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