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가 2009년 2월 사업을 추진한 이후 정체한 인천로봇랜드 조성사업에 다시 시동을 걸고 있다. 인천시는 28일 관계 기관 '합의 약정' 체결을 통해 토지 소유주인 iH(인천도시공사)와 사업 수탁자인 (주)인천로봇랜드(특수목적법인) 등에 역할을 분담하며 사업 내부적 걸림돌은 해소했다는 판단이지만, 앞으로 로봇랜드를 어떻게 채워 활성화할지가 과제로 남았다.

인천로봇랜드 사업이 출발할 당시 브랜드는 만화 영화 '로봇태권브이'였다. 애초 인천로봇랜드는 40층 높이 로봇태권브이타워를 랜드마크로 하는 테마파크 중심의 청사진을 제시했으나,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민간 투자자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으며 테마파크와 수익시설 유치에 실패했다.


경기 침체로 수익시설 유치 실패
십수년간 SPC 자본잠식 등 불거져


이후 십수 년 동안 특수목적법인(SPC) 자본 잠식, 위·수탁 문제를 둘러싼 인천시와 SPC 간 갈등이 이어지며 사실상 사업이 멈춘 상태였다. 인천로봇랜드 전체 76만9천279㎡ 부지에 국비와 지방비 1천100억원이 투입된 지상 23층 규모 로봇타워와 지상 5층짜리 로봇연구소만 덩그러니 들어섰을 뿐이다. → 일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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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부터 첨단 로봇 분야가 아닌 추억의 만화 영화를 전면에 내세운 테마파크 구상은 근시안적이었다는 비판이 결과론으로 제기된다. 박철휴 (주)인천로봇랜드 대표는 "인천로봇랜드는 첨단로봇과 자율주행 등 4차 산업혁명과 연계한 미래 먹거리를 찾았어야 한다"며 "청라국제도시라는 입지상 로봇산업 클러스터 조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천시는 2020년 산업통상자원부 승인을 받아 재기획한 인천로봇랜드 조성 실행계획(토지이용계획)에서 산업용지인 로봇산업진흥시설 비율을 기존 6%에서 32.5%로 끌어올렸다. 테마파크 비율은 45%에서 21.1%로 낮췄다. 인천로봇랜드 상업용지 비율은 8.4%, 업무용지 비율은 9.5%다. 인천시는 상업용지와 업무용지를 산업시설을 지원하는 기숙사 등으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사실상 인천로봇랜드 조성사업은 로봇산업 클러스터 조성사업으로 변경됐다.

市 용지 재정비 '클러스터'로 변경
특화산단 앵커기업 구상은 '아직'


이날 합의 약정으로 iH가 인천시와 공동 사업시행자로 참여하게 되면서 효율적 사업 추진이 가능해질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iH 황호신 스마트도시기획부장은 "그동안 지분 출자자 지위였다면 앞으로는 공동 사업시행자로 역할이 강화돼 주도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며 "iH는 개발 경험이 많기 때문에 사업을 안정적으로 추진하고 공공성을 확보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관건은 기업 유치인데, 인천시는 주요 기업 유치 준비가 덜 된 모양새다. 인천시는 인천로봇랜드 산업시설에 '제조·자동화로봇' '미래 서비스 로봇' '4차 산업 신기술' '자율주행·물류로봇' 등을 유치해 로봇산업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인천시 이남주 미래산업국장은 "특화 산업단지는 앵커 기업이 필요한데, 아직 앵커 기업에 대한 구상은 없다"며 "다만 인천로봇랜드 산업용지에 대한 기업 수요는 많은 상태로, 사업이 정상화하면 산업용지 입주 경쟁률이 높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중 '첨단로봇 산업 전략 1.0'을 마련해 첨단로봇산업 경쟁력 강화 정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인천시가 사업 정상화를 추진하고 있는 인천로봇랜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기회이기도 하다.

인천로봇랜드 조성사업의 애초 주요 목적이었던 테마파크 조성계획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인천시는 테마파크 사업계획 수립을 (주)인천로봇랜드에 맡긴 상태인데, 아직 구상조차 없다. 박철휴 대표는 "인천로봇랜드 테마파크는 인천로봇과학관을 비롯해 인천 시민들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문화 공간을 충족할 수 있는 방향으로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