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주의는 결국 누구나 인간다운 삶을 살도록 고민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젊은 세대가 과거를 발판 삼아 더 나은 사회를 이야기하는 자리를 마련해주고자 합니다."
이우재 (사)인천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 이사장은 1986년 인천 미추홀구 옛 시민회관 사거리에서 일어난 '인천 5·3민주항쟁' 현장에 있었던 인물이다. 당시 인천지역사회운동연합 집행국장을 맡아 각종 민주화운동에 적극 참여했고, 이 때문에 수배가 내려져 징역까지 살았다.
그래서인지 지난 7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법 개정안' 통과는 그에게 의미가 남다르다. 그동안 국민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인천 5·3민주항쟁이 무려 37년 만에 5·18민주화운동이나 6월 민주항쟁과 같은 법적 지위를 확립하게 된 만큼 "묵은 체증이 확 내려간" 기분이라고 했다.
그는 "인천 5·3민주항쟁이 없었다면 6월 민주항쟁도 없었을 것이고, 지금과 같은 민주주의도 없었을 것"이라며 "먼저 떠난 선후배와 동료들이 생각나기도 하고, 앞으로 인천의 민주화운동 역사가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생긴다"고 말했다.
1986년 '인천 5·3 민주항쟁' 함께 해
현장 사라지고 보존 안돼 안타까워
사료·기록 전시·보관 전용공간 필요
이 이사장은 안타깝게도 인천의 주요 민주화운동 현장은 이미 사라지거나 제대로 보존되지 않고 있다고 봤다. 사업회는 그나마 남아 있는 민주화운동 장소에 동판을 제작해 설치하는 등 관련 기억과 장소를 보존하는 작업을 해왔지만, 역부족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사업회가 주력하고 있는 게 바로 인천민주화운동기념관 설립이다.
그는 "인천의 민주주의 역사를 젊은 세대에게 제대로 알리고 함께 기억해 나가려면 각종 사료나 기록 등을 전시·보관하고 청년들에게 관련 교육까지 진행할 수 있는 전용 공간이 꼭 필요하다"며 "인천민주화운동기념관은 인천의 고유한 민주주의 역사를 되새길 뿐 아니라 그 의미를 확장해 나가는 장으로 활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업회는 미추홀구에 마련된 인천민주화운동센터를 위탁 운영하며 청년 민주주의 현장 탐방 프로그램인 '민주야 여행가자!', 인천지역 학생 140명이 참석하는 '청소년 인문학 토론광장'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또 인천 민주화운동 정신을 계승하고 연구하고자 인천 5·3민주항쟁을 비롯한 인천지역 민주화운동 자료도 수집 중이다.
이 이사장은 "과거 민주화운동 세대로서 당시의 기억을 올바르게 전달하고, 앞으로 젊은 세대가 민주주의가 지닌 의미를 확대해 나가는 주체가 되도록 다양한 기회를 마련해주고 싶다"며 "인천민주화운동기념관이 꼭 민주주의가 아니더라도 청년들이 다양한 분야의 주제를 공유하고 생각을 발전시키는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희연기자 kh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