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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
우리나라 부동산시장과 부동산산업계에 회색 코뿔소가 다가오고 있다. 회색 코뿔소의 공격 가능성에 대비책을 마련하여야 한다. 최근의 우리나라 부동산시장을 살펴보면 악성 미분양, 고금리 기조, PF대출 부실화, 가계대출증가, 아파트 부실시공 등 부정적 요소들로 가득 차 있다. 특히 비주거용 분양시장은 악성 미분양으로 인하여 아사상태이다. 그리고 국내 경제상황을 살펴보면 GDP 성장률은 글로벌 경제위기로 인하여 1.5% 내외로 전망되고 있다. 고금리와 고물가 현상은 경제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다. GDP가 증가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국가의 경제가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이는 생산감소, 고용감소, 소득감소, 소비감소, 다시 생산감소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제상황이 되면 부동산시장은 하락하고, 부동산 분양시장은 급속도로 냉각될 것이다. 결국 이러한 모든 상황들을 고려할 때 회색 코뿔소의 등장은 필연적이라는 것이다. 회색 코뿔소는 먼 곳에서도 눈에 잘 보이기 때문에 곧 가까이 온다는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만 이를 간과하고 대비를 하지 않기 때문에 위험을 방어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블랙 스완(검은 백조)과 비교되는 개념이기도 하다. 이 용어도 경제적 위험을 뜻하지만 갑자기 나타나는 위험이고, 일단 출현하면 경제에 큰 충격을 주는 위험을 의미한다.


최근 악성 미분양 등 부정적 요소
국가경제 어려워지면 악순환 반복
위험 신호에도 정부·업계는 무시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에 따른 부동산 위기는 블랙 스완에 의해 발생했다고 할 수 있으나, 향후 부동산시장이나 부동산산업계에 위기의 상황이 온다면 회색 코뿔소에 의한 공격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왜냐하면 부동산시장과 부동산산업계에 대한 위험의 신호는 각종 통계자료에서도 나타나고 있지만 정부나 업계에서는 이를 무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부동산시장은 항상 우상향한다는 신념 또는 부동산산업은 항상 성장한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는 것도 원인이다. 그러나 회색 코뿔소의 등장은 피할 수 없는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따라서 부동산시장과 부동산산업계는 회색 코뿔소의 침입에 대비하여 선제적으로 방어 전략을 마련하여야 한다.

부동산업계는 이제까지 고도성장에 따른 단순 토목과 주거용 건축을 통하여 급성장하였다. 그런데 지금부터 산업계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암흑기를 겪을 수 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에 지대한 역할을 한 단순 부동산개발이나 주거용부동산시장은 아직 건재하지만, 생산성이 높은 부동산산업분야에서의 경쟁력은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서비스 기반 기술·자본력 축적을
모두 합심하여 '선제적 대응' 필요


부동산산업은 발전하면 할수록 자본집약형과 고기술형으로 변화하여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아직 노동집약형 중심의 부동산개발 산업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대부분의 선진국은 변화의 과정을 무난하게 극복하였지만 우리나라는 한국의 경제발전이 너무 빠르게 진행된 측면도 있고, 가장 중요한 문제는 개발이익의 과다로 인하여 경쟁력 강화의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한데 원인이 있다. 부동산개발 산업의 경우를 살펴보면 개발한 부동산은 분양을 하고 개발이익을 다시 또 다른 개발사업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개발사업을 통하여 분양만 하고 마무리하는 방식보다는 효율적 운영을 통하여 지속적 수익구조를 마련하는 것이 업계나 국가경제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단순 개발사업보다는 고도의 서비스산업에 기반을 둔 데이터센터, 복합쇼핑몰, 인텔리전트빌딩, 플랜트시설, 세계적인 건축물 등을 개발할 수 있는 기술력이나 자본력을 축적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국내시장은 포화상태이기 때문에 해외부동산 개발시장에 적극적으로 도전하여 사업영역의 다각화에도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한편, 부동산시장에도 회색 코뿔소의 출현은 국가뿐만 아니라 개인에게도 심각한 타격을 가할 수 있다. 왜냐하면 글로벌경제 위기와 미·중 갈등, 미국 고금리정책 등으로 국내 가계부채의 부실화와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의 급격한 하락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국민들은 이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 우리가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은 험난하겠지만 더 이상 낭비할 시간이 없다. 정부와 업계, 학계 그리고 국민들이 합심하여 방어하는 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