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계 기업 '한국와이퍼'의 일방 청산에 맞서 '사회적고용기금'이란 유례없는 합의를 일궈낸 노동자들이 기금의 안정적인 운용을 위해 안산시와 시의회의 참여를 촉구하고 나섰다.
금속노조 경기지부 한국와이퍼분회는 30일 오전 안산시청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 덴소 계열사의 일방적인 청산 발표와 대량해고에 맞서 1년 넘게 싸워 '사회적고용기금'을 이끈 것에 대해 기쁜 마음"이라면서도 "향후 재단을 통해 기금 운용이 잘 될 수 있도록 안산시와 시의회, 고용노동부의 참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실직 책임이 있는 한국와이퍼의 재원으로 마련된 기금은 해고된 노동자의 생계와 재고용 등을 돕는 데 쓰일 뿐 아니라, 안산 반월공장 인근 취약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에도 활용될 예정이다.
한국와이퍼 노동자들 기자회견
한정적 재원, 올바른 사용 촉구
최윤미 한국와이퍼분회장은 "재원이 한정적이므로 기금의 지속적인 운용을 위해서 안산시와 시의회의 참여가 절실한 상황"이라며 "장기적으로 안산 지역의 실업 노동자 등을 지원할 수 있는 조례가 만들어질 수 있는 방향으로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한국와이퍼분회는 당장 다음 주 중 안산시 관련 부처 관계자들과 재단 운영에 관해 머리를 맞댈 계획이다.
이에 대해 안산시 노동일자리과 관계자는 "고용기금이 안산 지역 일자리 개선 사업 등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쓰인다는 데 (노동조합과) 공감대가 있다"면서 "구체적으로 어떤 방향으로 기금을 운용할지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보는 과정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과 함께 '한국와이퍼 사태'를 풀기 위해 지난해 12월 결성된 안산지역 45개 시민단체 연합인 '안산시민행동'의 해단식이 열렸다.
안산시민행동 관계자는 "지역 일자리 문제를 지방정부와 관계기관이 함께 풀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요구했는데, 사회적고용기금의 성과를 봤다"며 "기쁜 마음으로 해산을 결정하지만, 앞으로 이 성과가 지역의 성숙한 노동 문화로 이어질 수 있게 또 다른 이름으로 고용 약자를 위한 활동을 하겠다"고 밝혔다.
/조수현기자 joeloac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