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준비청년들의 모임이 인천에 생겼다. 자립준비청년 조현수(26)씨는 비슷한 처지의 친구들과 함께 '아디주 커뮤니티'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아디주'라는 모임 이름은 '당신을 향하여'라는 뜻을 가진 독일어 '아우프 디히 주(Auf dich zu)'에서 따왔다고 조씨는 설명했다. 그는 "보호 기간이 종료돼 시설을 나오게 되면 세상에 홀로 남겨진 기분이 든다"며 "자립준비청년들이 힘을 모아 서로를 위하면서 건강하게 자립할 수 있도록 돕자는 취지에서 이름을 지었다"고 했다.
자립준비청년은 아동보호시설, 공동생활가정 등에서 지내다 만 18세(보호 연장 시 25세)가 돼 퇴소한 청년을 말한다. 인천시는 자립준비청년에게 1천만원의 정착금과 매월 40만원의 자립 수당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자립준비청년 대부분은 생활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천시가 최근 인천지역 자립준비청년 28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48.2%는 생활비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힘들지 않다'고 답한 비율(19%)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인천지역 자립준비청년의 월평균 소득은 154만3천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거 비용을 포함한 모든 생활비를 홀로 마련하고, 미래도 준비해야 하는 자립준비청년에게는 턱없이 부족한 액수다.
보호기간 종료 퇴소 생활 어려움
정착금 관리 노하우·심리적 위안
조씨는 주위의 자립준비청년들이 심리적·경제적으로 힘들어하는 모습이 안타까워 커뮤니티를 만들었다.
그는 "아동보호시설이나 공동생활가정에서 자립 준비에 대해 교육하기도 하는데, 대부분 자립준비청년이 갑자기 큰돈(정착금)을 갖게 되면 이를 관리하지 못해 제대로 생활하지 못하는 것을 자주 봤다"며 "심리적으로 위축되면서 외부 활동을 하지 못하고, 우울증에 걸리는 일도 많다"고 전했다.
이어 "비슷한 상황에 부닥친 사람들끼리 고민을 나누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자는 취지에서 커뮤니티 활동을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아디주 커뮤니티는 정기 모임을 하며 기업이 자립준비청년을 위해 지원하는 주거비, 장학금, 창업비 등 각종 정보를 나누고 있다.
조씨는 "최근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져 기업에서도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나, 이를 잘 알지 못하는 이가 많다"며 "조금이라도 더 지원을 받으면 자립준비청년들도 미래를 위한 준비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씨의 목표는 더 많은 자립준비청년이 아디주 커뮤니티에 참여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는 "갑자기 독립하면서 마음의 문을 닫은 자립준비청년이 많다"며 "커뮤니티 활동에 참여해 필요한 정보를 공유하고, 마음의 벽도 허물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