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야당 대표가 단식 투쟁에 나선건 단순하지 않다. 단식은 사회적, 정치적 약자가 권력을 상대로 의지를 관철하는 몸부림이다. 군사정권 시절 야당 대표의 단식 투쟁은 국민들로부터 넓은 호응을 이끌어낸 마지막 수단이었다. 국민들 사이에 더는 물러설 곳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반정부 투쟁에 필요한 동력으로 이어졌다. 독재 권력도 야당 대표 단식 투쟁에는 전전긍긍했다. 한데 이 대표 단식 투쟁에서는 결기도 감동도 찾아보기 어렵다. 국민들도 공감은커녕 무책임한 제1야당 대표에게 묻고 있다. 정부여당도 긴장대신 조롱하고 있다.
이재명 단식, 국민들 '정치쇼'로 봐
대표 취임1년간 당 정체성 갈팡질팡
단식 선언 이후 나온 여론조사에서 민심을 읽을 수 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1일 여론조사 결과(8월29~31일 조사) 국민의힘 지지율은 34%, 더불어민주당은 27%다. 국민의힘은 직전 조사와 같았지만 민주당은 5%p 하락했다. 국민의힘보다 7%p 낮은 민주당 지지율은 이 대표 체제와 현 정부 들어 최저다. 여당은 그동안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잼버리 사태 등 온갖 악재에 휩싸였다. 그런데도 여당이 아니라 야당 지지율이 빠졌다. 국민들이 이 대표 단식에 공감하지 않는다는 방증이다. 단식 투쟁이 되레 역풍을 부르는 모양새다. 여론은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다.
국민들은 야당 대표의 단식 투쟁을 정치 쇼로 보고 있다. 책임 있는 야당 대표라면 정기국회 동안 정부 실정을 견제하고 비판함으로써 대안을 제시할 책임이 있다. 한데 느닷없이 단식 투쟁을 선언했다. 그만큼 급박한 이슈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이 대표는 단식 투쟁과 당대표 직무를 병행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검찰 조사도 당당하게 받겠다고 했다. 단식 투쟁을 하면서 당무는 차질 없이 챙기겠다니 무슨 재주로 가능할까 싶다. 자신을 겨냥한 검찰 수사의 칼끝을 피하려는 의도라는 의구심만 짙다. 또 체포동의안 처리에 앞선 내부 단속용이라는 시각도 팽배하다. 단식 투쟁을 희화화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 대표 취임 1년 동안 민주당은 정체성을 잃고 갈팡질팡해 왔다. 정부여당의 갖은 실책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지지율은 20%대 박스권에 갇혀 있다. 이 대표 리더십에서 원인을 찾는 게 합리적이다. 이 대표를 둘러싼 사법 리스크가 당을 발목 잡을 것이란 우려는 파다했다. 우려대로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다를 게 없는 기득권 정당으로 전락했다. 범죄 혐의자들을 보호하는 방탄 정당이라는 조롱은 가장 뼈아프다. 내편은 무조건 옳다는 진영논리가 득세하면서 분별력을 상실했다. 가상화폐 투기 논란이 있던 민주당 출신 김남국 의원에 대한 제명 안 부결도 연장선상에 있다. 국민 정서를 거스른 결정이다. 합리적인 중도층은 민주당에 "이건 아니다"고 끊임없이 경고음을 보냈지만 눈감고 귀 닫았다.
'이건 아니다' 경고음 눈감고 귀닫아
'쓴소리 어른' 없는게 가장 큰 문제
네티즌의 '李, 끊을건 욕심' 와닿아
민주당 주장대로 윤석열 정부가 폭주하고 있다면 저지할 방법은 당대표 단식이 아니다. 우선 관성적인 무조건 비판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다음 제1 야당으로서 국민들에게 도덕적 선명성과 수권정당으로서 능력을 보여주어야 한다.
이 대표 단식 투쟁에서 드러난 민주당의 가장 큰 문제점은 어른의 부재다. 당이 잘못 가고 있지만 쓴 소리하는 어른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나마 어쩌다 원로 반열에 오른 박지원 전 의원은 오히려 당을 수렁으로 몰아넣고 있다. 그는 "이재명이 죽어야 민주당이 산다"며 선동했다. 정치 경륜에 비춰 어찌 그리 천박할까 싶다. 진정성 없는 무책임한 도발이다. "이재명이 끊을 건 음식이 아니라 욕심"이라는 네티즌의 질타가 오히려 가슴에 남는다. 민주당은 제대로 가고 있는 걸까.
/임병식 서울시립대학교 초빙교수(前 국회 부대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