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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희 협성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최근 1년 세계적으로 가장 핫한 이슈라면? 단연 '인공지능(AI)'이 아닐까. AI 혁명과 이를 둘러싼 백가쟁명은 미디어를 시작으로 잡지·도서, 학회·포럼, 교육현장의 화두다. 여기에 챗GPT는 기름을 끼얹었다. 주지하듯 AI는 산업·경제·안보는 물론 고용·소득·생산성, 과학·법률·사생활 등에 이르기까지 그 영향력은 광범위하고 디테일하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데.

AI 등장 이래 끊이지 않는 두 가지 논쟁. 하나는 인간의 육체뿐만 아니라 정신노동의 많은 영역까지 AI가 대체하면서,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하는 의구심이다. 또 하나는 일진월보를 거듭하던 AI가 어느 순간 상궤를 벗어나 폭주할 시 이를 제어할 대안이다. 둘 모두 특이점에 이른 AI가 자율적으로 작동해 인간과 맞설 수 있다는 불온(不穩)한 미래에 기인한다.


AI, 산업·고용 등 광범위한 영향력
자동화 직면 기존 노동시장에 위협
'대체 혹은 보조' 기회인가 위기인가


전자 논쟁에 초점을 둔다. 챗GPT로 AI 위기감을 증폭시킨 오픈AI의 CEO 샘 알트만은 "일자리는 확실히 사라진다(Jobs are definitely going to go away, full stop)"고 단언했다. 골드만삭스는 미국 일자리의 약 3분의2가 AI의 자동화에 직면하고, 영향을 받는 직종에선 업무 25~50%가 AI로 대체된다. 또 현재 노동인구의 60%는 1940년 당시엔 존재하지 않았던 직업에 종사하고, 지난 80년간의 일자리 증가는 기술 발전이 원인이라고 밝혔다. 맥킨지는 2045년경 현재 업무의 절반이 자동화된다고 예측했다.

미국 정부 자료에 근거한 퓨리서치센터의 조사 결과는 자못 흥미롭다. AI의 영향은 고졸자보다 대졸 이상의 근로자가 2배 이상 높을 걸로 봤다. 그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직업은 예산 분석가, 데이터 입력 관리자, 세무 대리인, 테크니컬 라이터, 웹 개발자 등으로 이는 프로그래밍·글쓰기와 같은 분석 작업이 뛰어난 생성형 AI를 활용할 수 있어서다. 중간 정도의 영향을 받는 일은 CEO, 수의사, 인테리어 디자이너, 펀딩 담당자, 영업 관리자 등이고 AI의 영향을 가장 적게 받는 직업은 이·미용사, 보육교사, 설거지 담당자, 소방관, 배관공 등이었다.

더해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 분야의 종사자는 자기 직업이 위험에 처했다고 보지 않았고, AI가 인간을 대체하기보다는 보조할 것으로 여겼다. 특히 IT 종사자의 32%는 AI의 영향을 크게 받는 분야가 IT임에도 자신에게 피해보단 도움을 줄 걸로 내다봤다. 위기에 심드렁한 건가, 기회로 삼겠다는 건가? 어디 서느냐에 따라 미래는 바뀐다.

성별간 AI의 영향력이 다르다는 조사(케난-프래글러 경영대학원)도 있다. AI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직업에 영향을 주지만 남성보다 여성에게 그 영향이 크단다. 남성은 화이트칼라와 블루칼라의 비율이 거의 절반이나, 여성은 약 70%가 화이트칼라(생산현장 외) 직종에 종사하는 까닭이다.

악영향 줄이고 잠재가치 극대화해야
현재 낡은 교육시스템엔 아직 '괴리'


향후 AI가 초래할 변화가 선이 될지 악이 될지는 회사·직업, 개별능력·적응력 등에 따라 달라지고 그 결과는 승자와 패자를 가른다. 다만 "○○의 퀀텀점프를 꿈꾼다"거나 "○○엔 역발상이 필요!"처럼 뚜렷한 미래비전과 창의·상상력을 갖춘 이에게 AI는 신뢰성 지닌 유용한 파트너다. 반면 생계형이거나 특정 분야에만 정통한 고학력 꼰대는 힘들 수 있다. AI가 인간을 대체도 하지만 AI를 적극 활용하는 이가 그렇지 않은 이들을 대체하는 것 역시 미래 수순이다. 설령 AI에 일자리를 빼앗길지라도 삶의 질은 향상될 거라는 점. 하여 AI로 인한 문명·산업 발전은 현재 이상으로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제 우리 내부를 둘러보자. AI가 산업·경제에 미칠 악영향은 최소화하면서도 그 잠재가치는 극대화하는 방향을 찾아야 하건만, 굉음만 무성할 뿐 '기회의 장'과는 괴리가 크다. 특히 청년은 구직난에 발버둥 치고, 기업은 4차 산업혁명에 필요한 인재를 못 찾는 '일자리 미스매치'는 사회 고질병이다. 와중에 인재 블랙홀이 된 의대! 그간 쌓인 난맥상의 결과다. 경직된 노동시장과 낡은 교육 시스템엔 고르디우스의 매듭 끊는 칼이 필요하다. AI의 시간은 우물쭈물하는 이들에게 결코 호의적이지 않다.

/김광희 협성대학교 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