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학부모 민원에 시달리다 스스로 생을 마감한 지 49일이 되던 날, 인천에서도 추모 행렬이 이어졌다.
서이초 교사의 49재인 4일 인천교사노동조합,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인천지부, 인천실천교육교사모임, 새로운학교 인천네트워크, 좋은교사운동 인천정책위원회 등 5개 교사단체는 인천시교육청 정문 앞에 합동 추모 공간을 차렸다. '선생님, 하늘나라에서는 아프지 마세요' 등 추모객들이 쓴 1천여개의 쪽지가 나붙었다.
인천교원단체총연합회가 인천시교육청 잔디광장에서 연 추모제에는 수백개의 흰 국화가 쌓였다. 인천시교육청이 본관 앞에 마련한 추모 공간에도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추모 공간을 찾은 교사들은 동료, 가족과 슬픔을 나눴다. 교사인 남편, 아이와 함께 온 교사 이모(31)씨는 "같은 교육 가족으로서 뭐라도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에 왔다"며 "최근 서이초 선생님과 비슷한 일을 겪고 있어 심적으로 힘들었는데, 앞으로 교사들이 안전하게 아이들을 교육할 수 있도록 환경이 나아졌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병가를 낸 교사를 대신해 수업을 하고 왔다는 김동준(59) 신월초 교장은 "누구보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교사들이 수업 대신 추모를 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무엇인지를 바라봐야 한다"며 "공교육을 바로잡고 교사들이 마음껏 교육하도록 변화하는 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서율(서운초 5학년) 학생은 "최근 선생님들이 가슴 아픈 선택을 했다는 소식에 마음이 무겁고, 선생님들의 마음을 더 이해하고 싶어서 엄마와 함께 추모하러 왔다"며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고, 선생님에 대한 감사함을 더 표현해야겠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추모에 동참한 도성훈 인천시교육감은 "교사들의 아픈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고, 앞으로 교사들을 지키고 교권을 보호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이날 인천에서 학교장 재량으로 휴업한 학교는 초등학교 3곳이다. 대부분 학교는 정상수업을 해 일각에서 우려했던 교사들의 집단 병가 제출 등 공교육 공백(9월4일자 1면 보도=9월 4일 서이초 교사 49재… 교권보호 대책 촉구)은 없었다. → 관련기사 7면(공교육 멈춤의 날… '고육지책' 간신히 돌아간 학교)
/김희연기자 kh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