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 멈춤의 날', 또다시 공교육에 비극이 찾아왔다.3줄 요약- 서초구 교사 '49재 추모일' 전국 각지서 추모 행사- 정년 1년 앞둔 교사도 숨져, 나흘 동안 3명 '비극'- 공감한 학부모 지지… '교권보호법안' 처리 주목
서울 서초구 초등학교에서 숨진 교사의 49재 추모일인 4일 전국 각 지역에서 고인을 추모하고 교권회복을 촉구하는 행사가 이어진 가운데, 용인의 한 고등학교에서 정년을 1년 앞둔 60대 교사 A씨가 지난 3일 극단적 선택을 한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서울 서초구에 이어 서울 양천과 전북 군산에 이어 용인에서까지 최근 나흘 동안 교사 3명이 극단적 선택으로 숨지면서 교육계는 충격에 빠졌다. 이날 국회 등에서 진행된 추모제에서는 이 같은 비극에 교육계 전체가 흐느꼈다.
- 후배 교사
4일 오전 용인시의 한 고등학교 근처에서 만난 학생들은 숨진 체육교사 A(60대)씨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학생들은 "학생 모두를 편하게 해주는 삼촌이나 할아버지 같은 분이셔서 직접 수업을 들은 적이 없어도 잘 알던 선생님"이라며 "학생들과 워낙 가깝게 지냈던 선생님이었기에 다들 충격을 크게 받았다"고 했다.
고인이 재직했던 학교 현장은 이른 오전부터 차분한 추모 분위기가 역력했다. 학교 정문 앞에는 교사 개인 명의의 수십여개 조화가 잇따라 도착, 인도 한쪽 면으로 행렬을 이뤘고, 교직원과 학생들이 남긴 쪽지(포스트잇)들도 한쪽 벽면에 부착돼 안타까움을 더했다.
후배 교사라고 자칭한 한 쪽지는 "그토록 오래 사랑해오셨을 교직을 그렇게 한 순간에 떠나셨다니 너무 가슴 아프다"며 "그저 편히 쉬시길 바란다"고 했다.
학부모 형사고소에 "극심한 불안"
'극단적 선택'… 학교앞 추모 행렬
숨진 A씨는 생전 학부모로부터 형사 고소를 당해 경찰 조사 절차와 동시에 경기도교육청의 감사가 진행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지난 6월 A씨가 학교 체육수업시간에 자리를 비운 사이 한 학생이 다른 학생이 찬 배구공에 맞아 크게 다쳤다. 이로 인해 부상을 입은 학생의 부모가 공을 발로 찬 학생과 A씨를 과실치상 혐의로 지난 7월 경찰에 고소했다.
A씨는 지난달 말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고소장 내용을 확인한 뒤 지난 3일 극단적 선택을 했다. 유족 측은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A씨가 최근까지 극심한 불안감을 호소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 여의도 집회 구호
추모제에서 연단에 오른 20년 차 초등교사 B씨는 최근 이어지는 교사들의 참담한 고백들을 보며 자신은 그간 '운이 좋았던 것'이라고 했다. '잘 참는 사람'이 아니어서 살아남았다는 것을 알게 됐다는 그는 "다 함께 기어이 살아내 학교 현장의 변화를 보자"며 상처 입은 교사들의 마음을 다독였다.
전국의 전·현직 및 예비 교사들이 고인을 추모하고 정치권에 교권 보호 합의안 처리를 촉구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모였다. 집회를 주최한 교사 모임 '한마음으로 함께하는 모두' 측에 따르면 이날 국회집회는 4만명(추산), 전국 13개 지역에서 개최된 것을 합하면 총 10만여 명이 참석한 것으로 보고있다.
집회에는 교사들의 단체 행동을 지지하며 체험학습을 신청하고 현장을 찾은 학생과 학부모들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울분·탄식… 학생·학부모도 함께
'교권보호법안' 이달내 처리 주목
국회는 9월 국회에서 교권보호 관련 법안들을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교사들의 연가·병가로 단축수업이나 합반수업을 하는 학교들이 속출해 학교 현장에 혼란이 빚어지기도 했지만, '공교육 멈춤의 날'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학부모들의 지지가 이어지기도 했다. → 관련기사 7면(공교육 멈춤의 날… '고육지책' 간신히 돌아간 학교)
/오수진·신현정·김산기자 nur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