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만 현실적으로, 선진국이라고 느끼는 국민의 비율은 얼마나 될까요? 다양한 분야에서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는 대한민국이 진정한 선진국으로 가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이 질문에는 다양한 답이 있을 것입니다. 수많은 방법 중 어떤 길이 궁극적으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길일까요? 대한민국이 현재의 위치에 도달한 것은 국민의 희생과 역량 덕분입니다. 어려운 시기에 우리 국민은 서로를 격려하며 손을 잡고 여기까지 왔습니다.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 모두가 협력하여 위기를 극복했습니다. 1997년 IMF 위기 때에도 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었지만, 우리는 그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국가의 외화 부족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금 모으기 운동을 벌였습니다. 중화학 공업에서 디지털 산업으로 전환할 때도 우리 국민은 민첩하게 대응하여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을 성취해 가고 있습니다.
한국, 선진국 지표 가졌지만 문턱
디지털 전환·첨단바이오산업 세상
우리만의 제품 개발하는 '선도자'
우리의 급진적인 경제 발전은 선진국을 따라잡겠다는 열망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우리는 저임금으로 제품을 생산하면서 선진국을 모방하는 추격자로서 능력을 발휘했습니다. 추격자에게 필요한 것은 응용과학과 공학 지식이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개발한 것을 모방하거나 변형시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선진국의 문턱에 서 있으며, 우리는 더 이상 추격자가 아닙니다. 이제는 우리만의 경쟁력 있는 제품을 개발하여 선도자로 나서야 합니다. 중국, 인도, 동남아시아의 여러 국가가 추격자로서 부상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여러 분야에서 우리를 앞서가고 있습니다. 우리의 K-팝과 K-드라마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 수 있는 이유는 우리만의 독특한 특징을 살려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것을 창조해 냈기 때문입니다.
상온초전도체·양자컴퓨터 연구 등
기초과학 기반… 관련 역량 키워야
디지털 전환과 첨단 바이오산업으로 세상이 재편되는 때에, 우리는 선도자가 될 수 있을까요? 선도자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내야 합니다. 창조는 기존의 것을 변형하거나 새로운 관점에서 차별화된 제품을 개발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며, 아무도 상상하지 못한 새로운 아이디어로 세상을 놀라게 하는 방법도 있을 것입니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발명은 주로 기초과학 연구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기초과학 분야는 현재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저출산으로 학령인구가 줄어들면서 물리학, 화학, 생명과학 분야의 학생 수가 급감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돈을 못 버는 기초과학 분야보다 돈을 잘 버는 의학, 공학, 경영, 금융분야로 인재들이 유입되고 있습니다. 기초과학을 전공하는 학과가 전국적으로 몇 개나 남아 있을까요? 기초과학 전공자들이 양질의 일자리를 찾을 수 있을까요? 기초과학 연구자들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디지털 산업, 기계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문제를 해결해 왔습니다. 우리가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한 것은 기초과학이 크게 이바지했습니다. 최근의 상온·상압 초전도체인 LK-99에 그렇게 열광하던 열기는 그저 일장춘몽이었을까요? 상온 초전도체, 양자 컴퓨터, 신약 발견을 위한 연구 등 많은 분야는 기초과학의 지식 없이는 단기간에 성취하기 어려운 목표들입니다. 우리가 선진국으로의 퀀텀 점프하기 위해서는 국가적으로 기초과학의 역량을 계속해서 키워나가야 합니다. 기초과학 없이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것은 요원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이재우 인하대학교 교수·前 미래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