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봉산은 해발 100m가 조금 넘는 미추홀구 한가운데 위치한 산이다. 도심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고 조금만 시간을 내도 정상까지 오를 수 있다. 산 전체가 공원으로 조성돼 미추홀구민에게는 아주 친숙한 공간이다.
1970년대 말부터 2000년대 말까지 수봉공원에는 테마파크가 있었다. 서울에 있는 어린이대공원까지 가기에는 너무 멀고 힘이 들어서 인천시민은 어린이대공원 대신 수봉공원 놀이동산을 택했다. 온 가족이 함께 타서 하늘 높이 원을 그리며 도는 허니문카, 위로 올라가고 밑으로 내려갈 때마다 정신없이 소리를 질러대던 바이킹, 왠지 놀이공원에 오면 한 번은 타보고 싶은 회전목마 등 꼬마들의 관심을 끄는 놀이기구가 운행됐다. 요금도 저렴해서 어린이날 같은 때에는 놀이동산이 미어터질 정도로 사람이 모이기도 했다.
1970년대~2000년대말 테마파크 위치 '인파'
현재는 인공폭포·홀로그램 빛의 향연 선봬
시간이 흘러 2023년, 놀이동산으로 사람들을 모았던 수봉공원이 이제 별빛으로 사람들을 모은다.
일몰 시간이 되면 수봉공원에는 축제의 시간이 펼쳐진다. 매일 밤 11시까지 형형색색의 별빛이 나무 위에도 걸리고 길을 따라서 보석처럼 박힌다. 커다란 초승달에 앉아 사진 한 장, 보름달을 배경으로 팔짝 뛰며 사진 한 장, 하늘 위에 아름답게 그려진 은하수를 배경으로 사진 한 장. 별빛의 아름다움에 홀려 정신없이 사진을 찍으며 가다 보면 빛으로 휘감은 토끼 조형물을 볼 수 있고, 신이 나게 빛과 함께 달리는 말·사슴 조형물도 보인다.
노래와 함께 빛의 공연도 펼쳐진다. 파도치며 반짝이는 홀로그램을 따라 걷다 보면 나도 모르게 별빛에 취하게 된다. 저 앞에 보이는 수봉공원 송전탑도 시시각각 변하는 빛으로 둘러싸여 황홀한 야경을 자아낸다.
수봉공원 인공폭포 또한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웅장하게 쏟아지는 폭포수와 함께 어우러지는 조명이 별빛과는 다른 아름다움으로 다가온다. 오후 5시부터 8시까지 폭포 가동시간에 맞춰 가면 수봉공원에서의 별빛과 인공폭포에서의 아름다운 조명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글로는 수봉공원 별빛의 아름다움을 백분의 일, 아니 천분의 일도 제대로 전하지 못하는 게 아쉬울 뿐이다.
별빛이 주는 감동을 간직하고 싶은 분들은 노을을 바라보며 수봉공원으로 발길을 옮겨보면 좋겠다. 저녁에 산책하기 좋은 날씨가 되었으니 온 가족이 함께, 또는 연인과 손잡고 별빛을 맞으며 수봉공원을 느껴보면 어떨까.
현충탑·통일관·전적기념비 애국심 고취도
둘레길·스카이워크 등 힐링공간으로 발돋움
수봉공원의 다른 모습도 소개한다. 수봉공원은 별빛 조명만 아름다운 곳이 아니라 곳곳에 다른 모습들이 숨어있는 곳이다. 인천광역시장이 취임 첫날 찾는 곳이 수봉공원 현충탑이다. 현충탑으로 향하는 곧게 뻗은 길을 걸으면 마음이 근엄해진다. 현충탑과 함께 UN참전기념탑, 인천통일관, 재일학도의용군 참전기념비, 인천지구 전적기념비, 무공수훈자 공적비도 세워져 있는 애국심을 솟구치게 하는 곳이기도 하다.
수봉공원은 봄 벚꽃이 장관을 이룬다. 길을 따라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벚꽃을 보고 있으면 시간이 멈춰진 듯한 착각에 빠진다. 더불어 수봉공원에는 아이들이 체험하며 놀 수 있는 자연 학습장이 있고, 여기서는 자연을 탐방하는 체험 교실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2020년부터는 수봉공원 주위로 둘레길을 조성했다. 이 둘레길을 따라 '수봉산 둘레 마실길 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둘레길을 걸으며 마을의 다양한 공간과 문화를 만날 수 있다. 2025년에는 스카이워크가 생긴다. 도심 전망을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는 힐링의 공간이 수봉공원 정상부에 들어선다.
이렇게 매력 있는 공간인 수봉공원에서 23일 축제가 열린다. 초대 가수의 공연은 둘째로 하고, 밤하늘과 인공폭포가 장관을 이루는 멋진 광경을 볼 수 있다. 축제가 끝난 후 별빛을 맞으러 가도 좋겠다.
/이영훈 인천 미추홀구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