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90501000177900007421

전염병은 확장성을 가진 질병을 통칭하는 말이다. 전염병은 인간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면서 동시에 세상과 역사의 흐름을 바꿔놓곤 했다. 인구 감소·전쟁의 승패·권력 교체·종교에 대한 의존 심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인간의 삶과 사회에 간여하고, 깊은 영향을 끼쳤다. 전염병이 퍼지는 이유는 전쟁·가뭄과 홍수·국제교류·동물로 인한 전파 등을 꼽을 수 있는 바, 전염병이 유행하면 국왕이나 통치자들은 천벌이라는 인식을 갖고 더욱 근신하면서 죄수들을 석방하는 등 선정을 베풀기 위해 노력했다.

인류 역사상 최고의 전염병은 14세기 유럽을 강타한 흑사병으로 1360~1375년 당시 영국에서만 해도 인구의 40%가 사망했을 정도다. 이 페스트로 인해 사람과 일손이 귀해지는 바람에 인권 신장이 촉진되고 중산층과 하층민들의 영향력이 커지는 등 사회구조에 일대의 변화를 겪게 됐다. 페스트는 1331년 중국, 1346년 크림반도에 이르는 등 세계적인 영향을 끼쳤다.

우리의 경우에 가장 흔한 전염병은 천연두·홍역·이질 등이었고, 조공·전쟁·무역 등 주로 교역 과정에서 많이 발생했다. 집에서 소를 키우는 것 역시 홍역과 천연두 대유행의 원인이었다. 당시에는 홍역은 창(瘡), 천연두는 천화(天花), 콜레라를 곽난(亂)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세종 29년(1447) 황해도에 번진 역병으로 많은 사람들이 죽었으며, 숙종 33년(1707) 평안도에서 1만명 이상 사망했다는 기록도 있다. 이처럼 전염병은 많은 희생자와 함께 사회적 공포와 불안 등을 일으키며 인류의 역사와 사회에 커다란 재앙을 몰고 왔다.

지난달 말 코로나19 새 변이 '피롤라(Pirola)'가 발생해 세계가 긴장하고 있다. 피롤라는 오미크론의 변이인 BA.2의 하위 변이라는데, 스파이크 단백질의 돌연변이 수가 BA.2보다 36개 이상이나 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등 보건당국이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한다. 또 다른 변이인 BA.2.86도 미국과 영국 등 6개국으로 늘었다고 한다.

코로나19 감염병 법정 등급이 2급에서 4급으로 낮아졌고, 국민들의 면역력이나 의료역량이 높다고는 하지만 긴장의 끈을 놓지 말고, 철저하게 개인위생을 지키는 지혜와 실천으로 '위드 코로나' 시대를 유지해야겠다.

/조성면 객원논설위원·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