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인천시가 '정비사업 활성화 추진계획'을 통해 주택재개발 주민 요청 제도를 도입하는 등 정비사업의 문턱을 낮추는 방침을 발표했지만 현장에서는 기대보다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역 곳곳에서 우후죽순으로 재개발을 요청하고 나서고, 그에 따라 구역 지정이 난립하면 부작용이 클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내년 도입되는 정비계획 입안 요청 제도는 주민들이 입안권자인 군·구에 재개발을 요청하면 요청일로부터 120일 이내에 사업 추진 여부가 결정된다. 현행 '재개발사업 사전검토 제안서 공모 사업'에 따른 구역 지정보다 개발 사업에 참여할 기회가 한층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 곳곳에서 우후죽순 요청하면
구역지정 난립… 부작용 속출 예상
해제될 경우 '매몰비용' 발생 우려
인천시 "사업지연 방치 차단할 것"
■ 정비구역(재개발구역) 지정 난립하나
개발 예정 지역 주민들은 '무분별한 구역 지정'과 '개발 실패에 따른 매몰비용 발생' 상황을 우려했다.
재개발·재건축 붐이 일던 지난 2005년부터 인천의 재개발(정비예정) 구역은 212개까지 치솟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불어닥친 부동산 경기 침체와 주민 간 갈등 심화 등의 이유로 개발 사업 대부분은 지지부진했다.
지난 2012년 정비구역에 대한 해제 기준과 일몰제 규정이 처음 도입되면서 인천의 정비구역은 108개까지 줄었고, 2030 도시·주거 환경정비 기본계획이 수립된 지난 2020년에는 95개까지 감소했다. → 표 참조

개발이 지연·중단된 현장에서 매몰비용은 늘 골칫거리였다. 주민(조합)이 재개발 사업을 추진할 땐 사전에 정비계획 수립을 위한 용역 등을 시행해야 한다.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되지 못하거나 사업 진행 도중 구역에서 해제될 경우 이 용역비는 회수할 수 없는 '매몰비용'이 된다.
인천 서구 한 재개발추진위원회 관계자는 "재개발 사업 추진 기회가 생겼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보지만 한편으로는 걱정도 된다"며 "자칫 잘못하다가는 과거처럼 재개발 구역이 무분별하게 지정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했다.
이어 "입주 물량이 너무 많아지면 미분양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데, 이건 재개발 사업을 추진하는 입장에선 가장 큰 문제"라며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됐다가 해제되면 발생하는 매몰비용도 무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 인천시 "출구 전략으로 사업 지연 방지하겠다"
인천시는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된 후 사업이 지지부진한 채 방치되는 걸 차단하겠다는 방침이다.
인천시는 정비계획 수립 용역 착수 후 2년 이내(1회 한해 1년 연장)에 정비계획 수립 요건(주민 3분의 2 이상 동의)을 충족하지 못하면 재개발 구역 후보지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주민 30% 이상이 반대(동의서 제출)하는 경우에도 후보지에서 제외하는 등 출구 전략을 시행하겠다는 게 인천시 설명이다.
인천시 정성균 주거정비과장은 "(재개발 추진의) 길을 열어주는 것도 필요하지만 막는 것도 중요하다"며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된 채 사업이 지연되는 걸 방지하겠다"고 말했다.
/유진주기자 yoopear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