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면 용인 고등학교 추모공간
5일 오전 용인시의 한 고등학교 정문 앞에 마련된 극단적 선택을 한 60대 교사 추모공간에서 한 어린이가 고인을 추모하는 글을 작성하고 있다. 2023.9.5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교육현장에서 많은 고충을 혼자서 감내하던 선생님들이 한 분씩 쓰러져 가고 계십니다. 우리가 선생님들을 지켜드릴 때입니다

최근 고양시의 A고등학교에 이 같은 내용의 성명서가 올라왔다. 잇따르는 교사의 안타까운 부고 소식을 접한 A학교 재학생이 만든 성명서다. 이 학생은 '교육현장의 문제에 대한 본질적인 원인을 파악해달라'고 적고, 학교 변화에 대한 목소리를 모아달라고 동료 학생들에게 촉구했다.

A학교에 다니는 정모(16)학생은 5일 "서울 서초구 선생님의 안타까운 소식을 시작으로 연이어 부고가 들려오면서 학생들도 크게 슬퍼하고 있다"며 "그동안 학교에서 선생님들의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이 컸는데, 같은 생각을 공유하는 친구가 성명서로 참여를 모으고 있어 (학교 변화에 대한) 일말의 기대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건강문제나 개인 사정으로 학교에 나오지 못하는 선생님도 늘고 있는데, 부디 이런 슬픈 소식이 들려오지 않았으면 한다"고 소망했다.

"교육현장 문제, 원인 파악해달라"
고양시 한 고교에서 성명서 올라와

최근 교사들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일이 이어지며 사회적 파장이 거센 가운데, 이 여파에서 자유롭지 않은 경기도 내 초·중·고등학교 학생들도 애도의 마음을 나누는 동시에 더 이상의 안타까운 죽음을 막아달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실제 최근 극단적 선택을 생각해 본 교사들의 비율이 비(非)교사 일반인보다 높다는 결과가 나올 만큼, '소진 상태'에 처한 교사들이 많은 상황이다. 이날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녹색병원이 지난달 16~23일 전국 유·초·중·고 교사 3천505명을 대상으로 직무 관련 마음 건강 실태조사를 진행한 결과 교사의 16%가 극단적 선택을 생각한 적이 있다고 답했고, 4.5%가 구체적인 계획까지 세운 적이 있다고 답할 정도로 상황은 심각했다.


용인 기흥고등학교 추모 (5)
5일 오전 용인시의 한 고등학교에서 지난 3일 숨진 채 발견된 체육교사를 추모하는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2023.9.5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학생들 사이에서는 교사의 죽음을 막기 위한 실질적인 보호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남양주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김모(17)학생은 "선생님들의 부고가 이어지는 게 너무 안타깝다. 학생의 인권과 선생님들이 안전하게 교육할 권리가 다투지 않고 모두 지켜졌으면 하는 바람이 크고, 하루 빨리 학교가 그런 방향으로 변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학생 인권-교권 모두 지켜졌으면"
실질적인 보호 방안 마련 목소리도
경기교육청, 교원·학생 심리 지원

한편 이날 최근 성남시 분당구의 한 등산로에서 숨진 채 발견된 용인시 고등학교 체육교사의 발인식이 엄수됐다. 그는 지난 6월 체육 수업 시간에 자리를 비운 사이 학생끼리 발생한 사고로 고소를 당한 상태였다.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고소장 내용을 확인한 뒤 수일 후 숨졌는데, 이를 두고 유족 측은 그가 생전 심적 부담을 크게 느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교육청은 이어지는 교사의 부고 소식에 심리적 부담을 호소하는 교원과 학생들을 위한 지원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위기 지원을 돕는 교육청의 위(Wee)센터를 통해 집단과 개인 차원의 심리 상담 프로그램을 열고 있다. 용인 해당 고교의 경우 교직원과 학생의 신청을 받아 특별 심리 상담 등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수현기자 joeloac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