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 등 수도권 지역 뿌리업종 중견기업들이 외국인 고용 허가 신청 대상에서 배제돼 역차별이란 불만이 나오고 있다. 뿌리업종의 경우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가리지 않고 인력난에 허덕이는 상황에서 정부가 기계적으로 지역균형 발전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용노동부는 최근 상시근로자 300인 이상 또는 자본금 80억원 이상인 비수도권 뿌리업종 중견기업의 외국인 고용 허가 신청을 허용하기로 했다.
그동안 외국인고용법에 의거해 외국인 고용 허가 기준을 상시근로자 300인 미만 또는 자본금 80억원 이하인 중소기업에만 적용했는데, 뿌리산업의 인력난이 심각하다는 의견을 받아들여 고용 제한 규제를 완화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 규제 완화 대상에서 인천·경기지역을 비롯한 수도권 뿌리업종 중견기업은 제외됐다. 인구 감소가 심각한 비수도권의 뿌리산업 인력난을 우선 해소한다는 게 고용노동부 방침인데, 뿌리산업계 현장에서는 지역을 가리지 않고 인력난이 심각한 만큼 이번 정책의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뿌리산업 외에 택배업, 공항 지상조업 상하차 직종 등 물류 분야 역시 수도권 중견기업은 외국인 고용 허가 신청 자격이 주어지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 비수도권 중견기업 신청 허용
수도권 인력부족률 66.3% 달해 심각
자구책 마련에도 국내 채용 역부족
인천 한 금속가공 중견기업은 인력난으로 납품 기한이 예정보다 미뤄지면서 상반기 목표 생산량도 달성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 기업 관계자는 "올해 생산직 필요 인력의 10% 정도만 채용했는데, 그나마도 입사한 지 1년을 넘기지 못하고 그만두는 경우가 절반에 이른다"며 "남은 인력의 근무 부담이 커지다 보니 이직이 잦아지고, 생산성도 떨어질 수밖에 없는 문제가 반복되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중견련)가 지난 7월 상시근로자 300인 이상 뿌리 중견기업 87곳을 대상으로 '외국인 고용허가제 수요 조사'를 진행한 결과, 수도권 소재 뿌리기업의 인력 부족률은 66.3%인 것으로 집계됐다. 기업들의 신규 인력 수요는 평균 41.3명이지만 실제 충원된 사람은 13.9명에 머무른 것으로 집계됐다.
직종별 인력 부족률(복수응답)은 생산직이 79.9%, 사무직이 79.4%로 업무 형태를 가리지 않고 인력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장을 가동하기 어려울 정도로 채용난을 겪고 있다'고 응답한 기업도 69.0%(60개사)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뿌리 중견기업들은 인력난 해소를 위해 '출퇴근 교통비 지원'(36.2%) '주거보조금·기숙사 제공'(25.0%) '휴가비 지급'(13.3%) '야간근로수당 지급'(6.7%) 등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국내 인력을 채용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입장이다.
이호준 중견련 상근부회장은 "지방과 수도권을 막론하고 제조업종 전반의 인력난을 감안할 때, 외국인 고용을 전체 제조 중견기업까지 전향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교통·주거·문화 등 지역 인프라를 강화하는 종합적인 인력 정책을 통해 중견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하락을 방지해야 한다"고 했다.
/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